입 헹굴 물 안 주고 음주 측정… 대법 “증거로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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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서 기자
박은서 기자
수정 2026-10-25 23:56
입력 2026-10-25 23:56

유죄 뒤집은 ‘물’ 제공 여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한 원심 파기
“헹굼물 주지 않아 절차 위반” 판단
음주운전이 강하게 의심되는 운전자에게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대로 입 헹굼물을 주지 않고 음주 수치를 측정했다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도교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23년 12월 세종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고 차 안에서 자다가 적발됐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치 이상인 0.081%로 측정됐다. 경찰관은 측정 전 김씨에게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

쟁점은 헹굼물을 주지 않고 잰 음주 측정 결과를 유죄 증거로 볼 수 있는지였다. 1심은 “헹굼물 제공은 경찰 내부 지침에 따른 절차일 뿐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음주 측정이 위법해지는 건 아니다”라며 김씨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2심도 똑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입 헹굼물 제공 절차가 규정된 도교법 시행규칙은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면서 “피고인이 잠들어 있다는 이유로 물을 제공하지 않고 음주 측정을 해 절차를 위반했기에 음주 측정 결과는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17년 ‘호흡 측정 시 입안의 잔류 알코올을 헹궈낼 수 있도록 음용수 200㎖를 제공한다’는 규정을 ‘교통단속처리지침’에 신설했다. 이 절차는 2023년 7월 행정안전부령인 시행규칙으로 상향 규정됐다. 대법원은 “대체할 다른 증거가 없기는 하나 헹굼물 절차가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가 침해된 때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이 음주 측정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향후 음주운전 재판에서 ‘입 헹굼물 제공 여부’를 둘러싸고 증거 능력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민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측정 수치가 처벌 기준에 근접할 경우 소량의 잔류 알코올도 결과를 좌우할 수 있어 앞으로 물을 충분히 제공받았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세줄 요약
  • 입 헹굼물 미제공 음주측정, 절차 위반 판단
  • 대법원, 측정 결과 증거능력 부정하며 파기환송
  • 음주운전 재판서 헹굼물 제공 여부 쟁점화 전망
2026-10-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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