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가 박살낸 ‘빈살만의 꿈’

최재헌 기자
수정 2026-10-21 01:05
입력 2026-10-20 21:44
사우디 국제 행사 줄줄이 연기
석유 의존 경제 탈피 전략 타격내년 AFC 아시안컵도 불투명
예멘 후티 반군의 대대적 공세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들여 준비한 대규모 국제 행사가 줄줄이 취소·연기되며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전략도 치명상을 입게 됐다.
마하 알 사우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26~29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0회 FII를 2027년으로 연기한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FII는 글로벌 자본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 세계 투자자와 주요국 정상들을 초청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의 간판급 행사다. 주최 측은 원격 참여까지 검토했으나, 골드만삭스·블랙록 등 월가 경영진이 안전 우려로 불참 방침을 굳히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결정타는 킹칼리드 국제공항 피격이다. 후티 반군은 이달 들어서만 20차례 공항을 조준 타격했고, 지난 10일 대규모 공습으로 18명이 사망하는 등 10년 만의 최악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 공항은 전면 폐쇄된 상태다. 이로 인해 리야드를 탈출하려는 부유층의 전용기 수요가 몰리면서 스위스행 14인승 제트기 대여료가 9만 4000유로(약 1억 4000만원)로 공항 폐쇄 전보다 50% 이상 급등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다른 경제·외교·문화 국제 행사도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24일 열릴 예정이던 유럽연합(EU)·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는 새 일정 없이 연기됐고 ‘리야드 패션위크’는 내년으로, 음악 페스티벌 ‘사운드스톰’은 아예 취소됐다. 국제 테니스 이벤트인 ‘식스 킹스 슬램’도 12월 말로 연기됐고, 내년 1월 개막하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도 연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야히야 사리 후티 군사 대변인은 이날 사우디의 공습에 대응해 홍해 연안 얀부의 아람코 석유 시설과 샤이바 유전, 주요 군사 거점 등을 겨냥한 6차례 고강도 보복 작전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주요 표적으로는 서부 홍해 연안 석유 수출 기지인 얀부의 아람코 시설과 동남부 석유 생산 단지 샤이바 유전 등이 포함됐다.
최재헌 기자
2026-10-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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