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불완전함”…영화 ‘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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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10-19 10:33
입력 2026-10-19 10:33
세줄 요약
  • AI 아들과 실제 아들 사이의 모성 갈등
  • 불완전함이 인간성을 드러낸다는 감독의 해석
  • 저예산 제작과 AI 기술 활용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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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낙원’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실낙원’의 한 장면. CJ ENM 제공


납치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소영. 그는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만든 가상의 아들을 만나며 상실의 아픔을 견뎌낸다.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9년 만에 나타난다. 엄마는 AI로 생성된 가상의 아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아들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21일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 영화 ‘실낙원’은 두 아들 사이에서 무너져 가는 엄마 소영(김현주)의 심리를 따라가는 스릴러극이다. 돌아온 아들 선우(배현성)는 끔찍한 범죄자였고, 자신을 신고하면 AI로 만든 아들 역시 사라질 것이라고 협박한다. 한결같이 순수한 아들의 모습을 보였던 AI와 두려운 존재가 된 실제 아들 중 누구를 택하고 품을 것인지, 영화는 관객에게 ‘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연 감독은 “어머니가 연습장에 적어놓으신 짧은 이야기를 보게 된 게 이야기의 출발점”이라고 소개했다. 연 감독은 “나쁜 짓을 일삼는 아들을 엄마가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고민하는 내용이었다”면서 “여기에 완벽한 AI 아들이라는 소재를 넣어 비교하면서 인간의 실존과 정체성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돌아온 선우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질문을 이어간다. 아들의 범죄를 알게 된 엄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선택의 기로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묻는다. 연 감독은 이에 대해 “인간만이 가진 어둠, 바로 그 심연이 인간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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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CJ ENM 제공
연상호 감독. CJ ENM 제공


영화 제목은 존 밀턴이 지은 동명의 서사시에서 가져왔다. 연 감독은 “낙원에서 쫓겨난 최초의 인류를 다룬 ‘실낙원’처럼, 다시 돌아온 아들 탓에 AI 아들이라는 낙원을 잃게 된 소영의 선택을 다룬다”면서 “한 인간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 어려운 선택을 하고, 비로소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설적인 상황을 관객들이 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2억원의 제작비로 만든 박정민 배우 주연 ‘얼굴’이 지난해 관객 108만명을 동원하며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김현주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총 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고, 촬영 기간도 2주 남짓이었다. 유명한 배우를 섭외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평가에 대해 연 감독은 “작품이 좋다면 이름 있는 배우들도 참여하고 싶어 한다”면서 “한국 영화 제작 비용이 너무 올라가긴 했다. 세트 비용을 줄이고, 미술 부분도 상당수 절감하고, 수익 배분 체계 등도 잘 정리하면 저예산 영화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연 감독의 최근 화두는 단연 AI이다. 소재로서, 기술로서 AI 모두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지난 5월 개봉한 좀비 영화 ‘군체’는 좀비들이 서로 연결돼 지능이 높아진다는 식으로 AI의 공포를 은유했다. 영화계에 AI 기술 도입에 대해서도 “로케이션 등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AI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영화계에서도 앞으로 AI 기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AI로 배우를 만드는 일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영화 속 배우에게 기대하는 건 배우만이 지니는 독특한 ‘아우라(분위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저 배우가 누군지 알면서도 영화에서는 다른 이라고 생각하고 몰입해 보지 않느냐”면서 “AI로 아무리 완벽한 가상의 인물을 만든다 해도 성공할 수 없다. 그게 바로 영화의 독특한 기묘함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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