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秋 “빨대” 망언… 소방 재정 90% 지자체 부담은 돌아봐야
수정 2026-10-19 02:43
입력 2026-10-18 20:31
‘국가직’ 소방관… 국비 예산은 10.7%뿐
처우 개선 장담한 뒤 재정 지원 시늉만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그제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사과했다.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지 나흘 만에 그마저도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단서를 달아 진정성 논란을 더 키웠다.
이런 논란 가운데 지난 16일 퇴근 20여분 전 부천 공장 화재에 선착대로 출동했던 김진석 소방위가 불길 속에 고립돼 순직했다. 내년 초등학교에 들어갈 어린 딸을 남기고 화마에 스러진 것이다.
목숨 걸고 진화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빨대’에 빗댄 표현은 따질 것 없는 망언이다. 추 지사의 못 말리는 돌발 언행은 과연 광역단체장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추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추 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판국이다.
그러나 그의 망언과는 별개로 눈여겨볼 대목은 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이 됐지만, 지난해 소방 예산 중 국비는 10.7%에 그쳤다. 소방 인건비 6조 3000억여원 가운데 국비는 8.6%뿐이고 나머지를 시·도가 감당한다. 경기도의 경우 내년 소방 인건비가 1조 1000억원인데, 인력 증원으로 2030년에는 1조 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데도 올해 경기도가 받은 소방안전교부세는 134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1억원이 되레 줄었다.
봉급으로만 따지면 소방관들은 ‘반쪽 국가직’인 셈이다. 국가직으로 전환하면서 신분만 바꿨을 뿐 소방을 지자체 사무로 규정한 지방자치법과 소방기본법 조항은 그대로 두어서다. 국가직 전환에 맞춰 시·도에 소방특별회계를 새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지자체 돈으로 채워진다. 국가가 소방관 처우를 책임지겠다며 장담을 하고서도 정작 이를 뒷받침할 재정 조치는 시늉에 그쳤다. 본부장급 이상은 중앙정부가, 그 아래는 시·도지사가 인사권을 쥐는 이원 체계도 그대로다.
이런 ‘반쪽 개혁’은 소방 쪽만이 아니다. 국공립 학교 교사는 국가공무원으로 정원과 보수를 국가가 정하지만, 월급은 시·도교육청 예산에서 나간다. 2021년 출범한 자치경찰제도 그렇다. 별도 조직 없이 국가경찰이 자치경찰 사무를 함께 맡는 방식이어서 출범 때부터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지적을 받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분을 바꾸고 간판을 다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재정과 권한을 배분하는 실질적인 문제에는 눈을 감았다.
소방 국가직 전환의 밑그림을 그릴 당시 추 지사는 집권당 대표였다. 반쪽 개혁의 책임이 누구보다 큰 장본인이다.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엉뚱한 말을 하고 있으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신분과 사무, 재정이 따로 노는 소방 정책을 바로잡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2026-10-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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