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기특한 화분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수정 2026-10-19 01:34
입력 2026-10-19 00:56
이미지 확대


수많은 화분을 선물받았지만 집에서 살아남은 것은 드물다. 가장 많이 했던 일도 물 주기보다 화분 갖다 버리기였다. 그런 내 곁에 지금껏 남아 있는 것이 산세베리아다. 한때 공기 정화에 좋다며 집집마다 들이던 식물이다. 여러 줄기가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이 믿음직했고, 물도 가끔 주면 된다니 나와도 잘 맞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가끔이 어려웠다. 물 주는 시기를 놓쳤다가 한꺼번에 듬뿍 주기를 반복했다. 무심한 주인에게 익숙해졌을 텐데, 느닷없는 과잉 친절은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하나가 망가지더니 두 개, 세 개가 뒤를 따랐다. 말라비틀어진 줄기를 정리하다 산세베리아의 수명보다 내 손이 더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퇴장을 준비하던 화분에 어느 날 새순이 올라왔다. 앙상한 줄기 사이로 제법 통통한 몸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남은 줄기나마 버텨 주면 다행이라 여겼는데, 새순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식물 키우는 재미가 이런 것인가 싶었다. 그동안은 선물받았으니 의무감에 키웠는데, 이제는 기특해서 자꾸 들여다본다.

박상숙 논설위원
2026-10-19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