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칼럼] 이재명 대통령 리더십 위기의 원인과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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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0-19 00:56
입력 2026-10-19 00:56

이 대통령 지지율 30%대 고착
국민의 사랑과 행운보다는
국민의 신뢰와 역량 구축하고
법과 원칙 공평하게 적용해야

취임 초 60%대를 넘나들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지나 현재 30%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장기화된 낮은 지지율의 원인과 결과는 모두 현재의 이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군주론’을 쓴 니콜로 마키아벨리라면 이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처방을 내릴까.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의 리더십 유형을 서열화했다. 그가 꼽은 최상의 군주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지도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마키아벨리는 단연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군주’의 손을 들어 준다. 사랑받는 군주는 대중의 변덕스러운 호의라는 ‘행운’(포르투나)에 운명을 맡기는 수동적 리더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군주는 자신의 ‘역량과 국가경영능력’(비르투)으로 운명을 개척한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주도적으로 국민을 이끄는 능동적 지도자다. 능동적 지도자는 일시적인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보다 자신의 역량(비르투)으로 불확실한 환경(포르투나)을 통제한다.

동시에 마키아벨리는 최악의 지도자에 대해 자신보다 2000년 앞선 동양의 노자와 궤를 같이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바로 국민으로부터 경멸, 미움, 조롱을 받는 지도자다. 마키아벨리는 최악의 군주에서 벗어나 최상의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군주는 강력한 권위를 확보해야 하고, 강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았다. 만약 군주가 변덕스럽고 경박하며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그 군주는 국민들로부터 경멸당하게 되고, 국민들은 군주에게 복종해야 할 근거를 찾기 힘들게 된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지지율 정체와 국정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중의 일시적인 인기라는 ‘포르투나’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 인기에만 의존하는 권력은 위기 상황에서 쉽게 배신당한다. 이 대통령은 국정 장악력과 강력한 추진력이라는 ‘비르투’를 발휘해야 한다. 단기적인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여야 대립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핵심 민생·개혁 입법을 돌파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아울러 외교·안보 등 국가적 과제에 장기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정치적 효능감을 보여 주어야 한다.

둘째, 이 대통령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당내 친명·비명 간 계파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고 국정 규율을 바로잡는 ‘두려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두려운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국민의 미움과 증오를 사서는 안 된다. 강력한 리더십이 독단이나 권력의 사유화로 비쳐져서 대중적 공분을 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미움과 경멸을 받는 지도자는 최악의 지도자다.

셋째, 감정적 호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존경과 신뢰를 얻어야 한다. 민주적 지도자는 특정 정파가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다는 인상을 주어 비전 있는 지도자로 각인되어야 한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일시적 호감에 기초한 ‘국민의 사랑’을 받지만, 진정한 민주적 지도자는 이성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 마키아벨리는 ‘국민의 사랑’은 지도자가 통제할 수 없는 대중의 변덕에 의존하므로 위험하지만, ‘국민의 신뢰’는 군주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리더십의 자산이라고 했다. 군주가 국민을 신뢰하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받기 위해 요새를 구축하면 그는 더이상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몰락하게 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이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변덕스러운 ‘국민의 사랑’ 대신 제도와 성과에 기반한 ‘국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통제 불가능한 행운(포르투나)에 의존하지 말고, 변화된 정치 구조하에서 주도적으로 국정을 장악하고 돌파해나가는 역량(비르투)을 보여 주어야 한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당정 기강을 엄정히 확립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법과 원칙을 공평, 공정하게 적용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의 바탕 위에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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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2026-10-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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