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해도 상처 그대로”… 소방관들 허탈감
피복비 3배·위탁교육비 10배… 지역별 격차
순직·공상자 1447명… PTSD 비율도 상승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사과 이후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1명이 순직하고 7명이 다치는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현장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소방 인력과 장비, 훈련에 투입되는 예산을 재정 부담으로만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동신 서울 송파소방서 구조대장은 18일 “국민이 위험에 처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게 소방관인데, 정작 우리를 두고 재정에 부담을 주는 존재처럼 말하니 현장 출동 대원들 사이에서 허탈함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수 서울 강남소방서 진압대장도 “장비와 인력이 부족하면 결국 현장 대원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재정 부담을 따질 게 아니라 어떻게 소방 지원을 늘릴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추 지사는 소방 재정 문제를 설명하면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했다. 소방 예산을 재정 부담에 빗댄 표현이 알려지자 현장 소방관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했다.
발언 사흘 뒤인 16일에는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를 진압하던 김진석(44) 소방위가 현장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소방위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7일 새벽 끝내 숨졌다. 이 화재로 동료 소방관 7명도 다쳤다. 정부는 순직한 김 소방위를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별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국립현충원 안장도 지원할 계획이다.
추 지사는 17일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소방관 폄훼 의도는 전혀 없다”며 사과했다. 소방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상의 실수였다는 해명도 내놨다. 그러나 사과 과정에서 “사과를 바라시니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에서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 예산 1억원이 전액 삭감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말실수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6년 차 소방관 김모(37)씨는 “사과했다고 해서 현장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이 받은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온다는 각오로 일하는데 우리를 단순히 재정 부담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김 소방위를 포함해 4명에 달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순직·공상자는 2020년 1006명에서 2024년 1447명으로 4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위험군 비율도 5.1%에서 7.2%로 2.1%포인트 상승했다.
소방관 처우도 지역별로 격차가 큰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역별로 지난해 소방관 1인당 피복비는 3배, 위탁교육비는 10배 이상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기념사에서 소방관들의 헌신을 언급하며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그렇게 헌신하는 것에 비한다면 우리가 그분들에게 천금을 준들 아깝겠냐”고 말했다.
이지·유승혁 기자
세줄 요약
- 추미애 발언 논란, 사과 뒤에도 확산
- 부천 화재 순직 사고로 현장 분노 증폭
- 소방 예산·처우 개선 요구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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