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한 가정의 비극을” 역사왜곡 논란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에 사과 촉구

이정수 기자
수정 2026-10-03 00:33
입력 2026-10-02 19:45
세줄 요약
- 배현진, 영화 역사왜곡 논란 속 감독 사과 촉구
- 박정희 친필 편지 공개, 육영수 피격 비극 재조명
- 제작진은 창작물 주장, 여권은 명예훼손 공세
“내가 맞고 어머니가 살았드라면…”
육영수 여사 서거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 친필 편지가 공개되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의 허진호 감독에게 유족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배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결국 오늘,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편지까지 공개됐다. 이 가슴 아픈 편지를 서랍 깊숙한 곳에 꺼내는 딸의 심정이 차마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정치가 예술을 혼탁하게 해도 안 되지만 예술이 인륜을 지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직 대통령의 아내가 국민들이 보는 가운데 흉탄에 사망한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은 흥미진진한 픽션이 아닌 누군가는 아내를, 어느 어린 자녀들은 엄마를 잃었던 한 가정의 비극적 역사”라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좌든 우든 각자의 정치 성향은 자유이나 건드리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며 “인륜까지 해치며 펼치는 창작 자유 주장은 공감과 치유의 영역인 예술을 기만하는 소시오적 변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허진호 감독이 그 가족들의 상처을 위로하는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영 어려워 보이지만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과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공개했다.
육 여사 피격 사건이 발생한 1974년 8월 15일 직후인 8월 17일자 편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딸에게 “아버지가 맞을 흉탄을 어머니가 내 대신 맞고 가셨다. 내가 맞고 어머니가 살았드(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몃(몇) 번이고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내 대신 자신이 맞고 아버지에게 너이(너희)들에 대한 모든 책임과 이 나라의 모든 책임을 맷(맡)기고 가셨다”면서 “아버지도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해서 정말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으나 아버지부터 먼저 용기를 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디기로 작정을 하였으니, 너도 마음을 크게 먹고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아야 하느니라”고 당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22세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제는 네가 어머니의 대역을 해주어야 하겠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몇 분지 일의 역도 못하겠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겠금(되게끔) 무슨 희생이라도 하마”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시간만 있으면 근혜가 도라(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일각이여삼추(一刻이 如三秋)같이 기다려지면서도 현관에서 아버지 혼자 너를 마중할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구나”라고 마무리했다.
이 편지는 당시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친 피격 사건에 따라 귀국하는 길에 받은 것이라고 유 의원은 전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는 이 편지를 단 한 번도 세상에 내놓은 적 없이 개인적으로 간직하고 계셨다. 영화가 없었다면 편지도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편지는 편향된 음모론을 세상에 전염병처럼 퍼뜨리고 싶어 하는 좌파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몽둥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암살자(들’)의 감독과 제작진을 향해 “역사를 왜곡함으로써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상처받으신 유족과 국민께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배 의원은 지난달 30일 CIA 내부 문건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며 ‘암살자(들)’을 향한 공세에 가세했다.
배 의원은 자신이 입수한 CIA 내부 문건에 육 여사 피격 사건의 범인 문세광이 ‘북한 공작원’(North Korean agent)으로 표현돼 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해당 문건은 CIA 동아시아분석실이 1985년 5월 작성한 것으로 2011년 기밀 해제됐다.
문건에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북한 공작원의 암살 시도를 간발의 차로 피했으나 육 여사가 목숨을 잃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은 육 여사 피격 사건의 전말이 알려진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미스터리 추격극이다. 유해진이 형사 철구, 박해일이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이민호가 신입 기자 영일 역을 맡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경축사를 하던 박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대신 옆에 앉아 있던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지었다.
문세광은 그해 12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이후 ‘문세광이 아닌 경호원이 육 여사를 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영화는 범행의 진실을 파고드는 기자와 형사를 중정이 방해하는 장면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다뤘다.
영화 개봉 후 영화 속 일부 인물들이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여러 가설을 제기하는 설정 등을 두고 보수 성향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고 국민의힘 등 야권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존중한다”면서도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제작진은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며 “또한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하여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창작의 산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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