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 선율이 말을 건다, 인간의 감정 잃어선 안 된다고

최여경 기자
수정 2026-10-01 00:49
입력 2026-10-01 00:49
가을 수놓는 고음악 두 무대
‘무법자’ 아트하우스17 내한공연무지카 엑스 마키나, 3부작 선봬
아트하우스17 제공
가을 공연장에 수백 년 전 선율이 오늘의 언어로 되살아난다. ‘고음악계의 무법자’라는 별칭이 붙은 아트하우스17이 처음 한국을 찾고, 국내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인 무지카 엑스 마키나는 400년 음악사를 세 장면으로 짚는 시리즈의 막을 연다.
2018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출범한 예술가집단 아트하우스17은 10월 10일 경기 고양아람누리를 시작으로 11일 아트센터인천, 14일 세종예술의전당, 1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17일 통영국제음악당을 찾는다.
세계 최대 고음악 축제인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고음악축제는 이들에게 ‘무법자’라는 별칭을 붙였고, 2021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커피 칸타타’에 대해 “관객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고 호평했다. 막이 오르면 연주자들은 극 속 인물로 등장해 연기하는데, 영상과 맞물려 한 편의 음악극을 이룬다. 감동한 순간에는 재즈클럽처럼 언제든 박수를 쳐도 좋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이번 공연에는 음악감독 겸 하프시코드 연주자 미하엘 헬, 연출가 토마스 회프트,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 게오르크 크로나이스와 소프라노 소피 데인먼, 바리톤 디트리히 헨셸이 무대에 선다. 1부 ‘사운즈 오브 에겐베르크’는 음악·건축·천문학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은 17세기 에겐베르크 성의 궁정 문화를 들려준다. 2부 ‘리멤버 미’는 유럽사 속 강제 이주와 실향의 기억을 음악극으로 되짚는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한 헬은 “당시의 악기와 조율, 박자는 기본적인 틀일 뿐”이라면서 “그 음악이 태어난 시대와 우리가 지금 연주하는 시대의 맥락을 함께 살피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회프트는 “오래전 음악이 오늘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인간 감정’의 공통점일 수 있지만 기억과 감정은 결코 잃어선 안 된다”며 한국 관객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무지카 엑스 마키나 제공
10월 20일에는 고음악 연주단체이자 창작 콜렉티브인 무지카 엑스 마키나(대표 윤현종)가 서초문화재단과 함께 반포심산아트홀에서 ‘2026 고음악 오디세이: 음악의 언어’의 문을 연다. 12월까지 이어지는 3부작으로,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며 넓어진 음악의 표현력을 400년의 흐름으로 살핀다.
첫 무대 ‘몸짓’은 14세기 이탈리아 이스탐피타와 16세기 미하엘 프레토리우스(1571~1621)에 이르는 춤곡에서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 1713)의 트리오 소나타까지, 발걸음이 만드는 박동이 기악의 틀로 자리 잡는 과정을 당시 시대의 악기로 짚는다. 11월 17일 ‘수사학’에선 프랑스 음악이 다듬어온 발화의 기술을 구현한다. ‘라 프티트 방드’ 단원 김진과 ‘바흐 콜레기움 재팬’ 출신 사쿠라이 시게루가 프랑스 바로크의 세련된 화술을 펼친다. 12월 11일 ‘인간 정념의 극장’에서는 서로 다른 전통이 만나 즉흥을 호흡한다. 리코더 연주자 에릭 보스그라프가 게오르크 필리프 텔레만(1681~1767)의 작품 사이로 정가 안정아, 가야금 박경소가 함께한다.
최여경 선임기자
세줄 요약
- 아트하우스17 첫 내한, 고음악 음악극 공연
- 무지카 엑스 마키나, 400년 음악사 3부작 기획
- 인간 감정과 기억의 보존, 공연 핵심 메시지
2026-10-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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