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주문 밀려드는데 공장은 경매로…진공펌프 1세대 기업의 위기

한상봉 기자
수정 2026-09-29 22:41
입력 2026-09-29 17:33
40년 가까이 국산화 한우물…24만 달러 수주 무산 위기
확장 이전 때 코로나19 덮쳐…작년 수출 250만 불 회복
캠코 “법원 결정에 원칙 따를 수밖에 없어”… 30일 경매
40년 가까이 진공펌프 국산화에 앞장서 온 경기도 고양시의 한 중소 제조기업이 공장 경매로 24만 달러가 넘는 수출계약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공장을 확장 이전하던 시기에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자금난에 빠졌지만, 최근 다시 수출 주문이 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9일 이 회사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낸 탄원서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에 있는 A사 공장은 지난 8월부터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다. 1차 경매는 유찰됐으며 30일 2차 경매가 예정돼 있다.
창업주 B(64) 대표는 국내 진공펌프 산업의 1세대 기술자다. 1990년 회사를 설립해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건식 진공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36년간 반도체·석유화학·의료·식품포장 등에 쓰이는 진공펌프를 개발·생산해 왔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들어오기 전에는 국내 치과용 진공펌프 시장에 약 80%를 공급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캐나다·이탈리아·베트남·인도·중국 등으로 판로도 넓혔다. 2019년 ‘1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고 경기도 수출유망중소기업 지정,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 품질·환경경영 국제표준 인증 등도 받았다.
위기는 공장 이전에서 시작됐다. A사는 파주시의 운정역~능안리 간 도로확장사업에 기존 공장이 편입되자, 늘어나는 수출 주문에 맞춰 40억원대 정부 정책자금을 빌려 인접한 고양시로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그러나 파주시가 기존 공장 수용보상 계획을 백지화한 데 이어 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3년 가까이 수출길이 막혔다. 결국 공장 이전에 따른 금융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자금난에 빠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수출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올해 1월 소개한 기업 성장사례에 따르면 A사와 협력업체 2곳의 지난해 수출액은 250만 달러로 전년보다 400% 증가했다.
현재 캐나다 업체로부터 총 3건, 24만 2000달러 규모의 진공펌프도 수주해 생산 중이다. 14만 8700달러어치는 오는 12월 1일까지, 나머지 9만 3300달러어치는 내년 2월 2일까지 캐나다에 도착해야 한다. 회사 측은 최근 캐나다 거래업체와의 협의에서 내년 발주물량 확대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출이 회복되는 시점에 생산기반인 공장이 경매로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A사는 경매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 24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뿐 아니라 어렵게 개척한 해외 거래처까지 잃을 수 있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한시적인 경매 유예를 요청했다.
B대표는 “경매를 없애거나 채무를 면제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이미 받은 주문을 생산해 수출하고 그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캠코 측은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라 공장 매각대금으로 회생담보권을 갚도록 돼 있어 경매를 임의로 중단할 수 없다”며 “수출 주문과 경매 중단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세줄 요약
- 진공펌프 국산화 1세대 기업, 공장 경매 위기
- 이전·코로나19 겹치며 자금난, 수출 회복 국면
- 24만달러 계약·해외 거래처 상실 우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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