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스크 키우는 우크라 ‘외교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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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09-29 00:51
입력 2026-09-29 00:06

北포로 송환 일방 공개 파문 확산

靑, ‘비공개 합의 부인’에 사과 요구
외교부, 주한 우크라대사대리 초치
우크라 대통령실 “北 충돌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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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가 한국으로 송환된 북한군 포로 2명이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에 머물렀던 지난 2025년 10월 김영미(왼쪽) 분쟁지역 전문PD와 접견하며 탈북민단체들이 보낸 북한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겨레얼통일연대 제공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가 한국으로 송환된 북한군 포로 2명이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에 머물렀던 지난 2025년 10월 김영미(왼쪽) 분쟁지역 전문PD와 접견하며 탈북민단체들이 보낸 북한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겨레얼통일연대 제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를 깨고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남북 관계에 ‘젤렌스키발(發) 리스크’가 커진 형국이다. 북한이 포로 송환을 문제 삼으면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대화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태가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치적 쟁점화보다는 ‘로키’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 요구에 28일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서는 한반도의 긴장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까지 나왔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27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뉴스포스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리의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 무장하고 있다”며 “이는 무엇보다 자국 지역에서 적극적인 전투를 수행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언급하며 “상황은 날마다 악화하고 있다”며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촉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4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지원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러·우 전쟁이 계속돼 북한의 전투력이 강화되면 한국의 안보에도 좋을 게 없다는 뜻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을 전격 공개한 것도 같은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이 일방적으로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고 이어 남북 긴장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까지 하면서 한국 정부에는 리스크로 작동하는 형국이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포로 송환을 문제 삼거나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할 경우 남북 관계 복원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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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추진 중인 북미 대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송환 사실이 공개된 북한군 포로 2명이 향후 대외 활동에 나설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포로 송환 자체보다 북한군이 해외 전장에서 생포될 경우 한국행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둘러싼 양국 간 협의 과정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날 “합의에 위반한 일방적 공개와 이에 이은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안드리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베쉬킨 대사대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정확히 보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국 갈등이 장기화하면 그동안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재건 협력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1억 달러(약 1360억원) 규모의 포괄적 지원 공약을 발표했다.

여당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 간 신의를 지키지 않는 국가, 정상 간 합의를 무시하는 국가에 지원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즉각 우크라이나 지원을 재검토하라”고 썼다.

반면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안을 확대하기보다 수면 아래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에서 계속 문제 제기가 될수록 송환 포로 가족들에 대한 억압이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굳이 정치 쟁점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대화를 손짓하는 상황에서 북한도 이슈를 부각하기에는 실익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재발 방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원·김헌주 기자
세줄 요약
  • 북한군 포로 공개로 한반도 긴장 고조
  • 청와대 사과 요구, 외교부 대사대리 초치
  • 남북 관계·북미 대화·지원 협력 악영향 우려
2026-09-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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