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춤 추는 시대 끝났다…‘몸체 100배 난도’ 글로벌 손의 전쟁

곽소영 기자
수정 2026-09-28 18:57
입력 2026-09-28 18:57
휴머노이드, ‘손 전쟁’으로 진화
테슬라, 손 조립 어려움에 양산 난항
그리퍼 기반 독일·가격 경쟁력 중국
한국은 삼성 산하 ‘핸드 랩’ 신규 설치
덤블링과 전력 질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쟁 무대가 ‘손’으로 옮겨가고 있다. 관절 구동을 넘어 나사를 돌리고 부품을 끼우는 정교함이 휴머노이드의 현장 상용화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한 것이다. ‘손 기술’은 손가락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물체를 인식·감지하는 카메라 및 촉각 센서, 힘을 가하는 정도를 판단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난도 높은 기술의 집합체여서 로봇업계에서는 ‘라스트마일’(마지막 난제)로 꼽는다.
28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정밀 로봇 손(덱스트러스 핸드)은 휴머노이드 양산의 최대 병목으로 부상했다. 덱스트러스 핸드는 물건 집기를 넘어 사람의 손처럼 정밀하게 움직이는 로봇 손을 뜻한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테슬라도 옵티머스 생산량 증대 과정에서 로봇 손과 관절 조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도 “로봇 전체 설계 난이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로봇 손은 다양한 물체를 안정적으로 조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의 1차 시장인 제조 공장에서는 나사를 돌리거나 부품을 끼우는 등 사람의 손 크기에 맞춰 설계된 도구를 각각 다르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에서도 달걀처럼 깨지기 쉬운 물체와 종이컵처럼 쉽게 찌그러지는 물체를 다루기 위해 상황에 따라 손의 힘을 달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손가락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물체를 인식하는 카메라 모듈, 물체의 촉감과 강도·미끄러짐 정도를 판별하는 촉각 센서 등 종합적인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각 부품의 기술력이 높아도 물체를 쥐고 동작하는 전 과정에서 스스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원활히 수행하는 AI 제어 소프트웨어의 적절한 구동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밀 로봇 손의 기술력은 복합적으로 측정된다. 손가락을 얼마나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능동 구동 자유도’ 외에 접촉과 압력을 감지하는 ‘촉각 센서의 수준’, 또 실제 정해진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경우 목표를 얼마나 원활하게 달성하는지 보여주는 ‘작업 성공률’, 사람의 조종 없이도 카메라·센서 정보를 바탕으로 작업을 판단하고 손의 움직임을 스스로 조정하는 ‘자율 수행 능력’ 등이다.
중국 로봇 손 제조업체인 ‘링커봇’ 창업자 저우융은 지난 7월 “로봇 손을 만드는 것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100배 더 어렵다”며 “손은 다른 신체 부위보다 10배 더 정교하게 움직여야 하지만, 부피는 다른 부위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각국 대표 기업들은 ‘손의 경쟁’에 매진하고 있다. 독일은 협동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손 기술을 발전시켰다. ‘슝크’는 정밀한 파지력과 물체 조작에 필요한 그리핑 기술을 바탕으로 5개 손가락을 갖춘 양산형 정밀 로봇 손인 ‘SVH’를 개발했다. 산업용·경량 로봇과 연결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갖춰 산업용 로봇의 고도화로 잇겠다는 전략이다. 영국의 ‘셰도우 로봇’은 시중 로봇 손 중 유일하게 자유도가 24에 달하는 고성능 로봇 손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 출시를 준비 중인 1x 테크놀로지스 역시 지난 7월 영상을 통해 네오의 손을 집중 조명했다. 네오는 영상에서 손으로 포도 알맹이를 다시 분류하거나 옷의 지퍼를 내리는 등 생활 속 작업을 수행했다.
중국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부품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유니트리는 지난 21일 휴머노이드용 로봇 손 신제품인 ‘덱스5-S’를 공개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전작 ‘덱스5’에서 약 1년 반 만에 각 손가락의 자유도를 높이고 무게는 반으로 줄였다. 다섯 손가락을 서로 다르게 접어 가위질을 하거나 캔을 따고, 피아노를 친다. 가격은 3만 9900위안(약 810만원)으로, 10만유로(1억 8000만원)를 훌쩍 넘는 유럽 제품들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래로봇추진단 산하에 정밀 로봇 손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핸드 랩’을 신설했다.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은 지난해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다양한 형태의 덱스트러스 핸드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더 높은 자유도를 갖춘 핸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가 올해 ‘CES 2026’에서 공개한 홈로봇 ‘클로이드’는 5개 손가락도 개별적으로 움직여 빨래를 개는 모습을 시연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산업용에 맞춘 그리퍼를 채택했다.
곽소영 기자
세줄 요약
- 휴머노이드 경쟁, 화려한 동작에서 손 기술로 이동
- 나사 조립·부품 결합 위한 정밀 제어가 핵심 부상
- 테슬라 포함 글로벌 기업들, 로봇 손 개발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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