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수가 깎으면 국민안전 흔들린다”…진단검사의학회, 적정 수가 현실화 촉구
이병문 기자
수정 2026-09-26 08:37
입력 2026-09-26 08:37
정부의 ‘원가보전율 190%’산정 근거 비공개에 행정소송 돌입…자체 원가 산정도 병행
위수탁 개편안(25·45·30%) 논의 속 “고난도·취약지 검사가산 없으면 검사포기 우려”
단순 비용 절감 정책 탈피해야…바이오헬스 산업 발전·필수 의료 인프라 유지 핵심 열쇠
정확한 진단검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입증되었듯이 정밀 의료의 시작이자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이다. 전문의의 엄격한 관리 감독과 고숙련 인력의 노력이 투입되는 검체검사는 작은 오류 하나가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높은 정확도와 안전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상대가치 조정은 이러한 의료적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신명근 이사장은 최근 회원들에게 배포한 진행 상황 보고를 통해 “전문의의 수고와 노력이 투입되는 검사의 안전과 질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관련 부처에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논의 중인 위수탁제도 개편안(위탁 25%, 수탁 45%, 조건부 보상 30%)에서 조건부 보상 항목인 고난도 검사, 취약지 검사, 프로세스 개선 등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담기지 않을 경우, 수탁기관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고난도 검사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곧 지방 소멸 지역이나 희귀·중증 질환 환자들이 제때 적절한 검사를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의 발생으로 직결된다. 국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루로서 적정 수가 현실화가 시급한 이유다.
학회가 가장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은 정부가 제시한 ‘원가보전율 190%’라는 산정 근거다. 정부는 2023년 일부 기관의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검체검사의 원가보전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거 159%, 135% 수준이던 원가보전율이 불과 수년 만에 190%로 급등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회 입장이다. 표본기관의 대표성 부재는 물론, 전체 검체검사 급여 총액의 35%를 차지하는 전문수탁기관의 회계자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왜곡된 통계라는 지적이다.
학회는 지난 6월 정부에 원가보전율 산정 근거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비공개 통보를 받았고, 이어 제출한 이의신청마저 지난 8월 최종 기각됐다. 이에 학회는 자문 변호단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이와 함께 정부 산정 방식의 허점을 검증하고 객관적인 원가를 규명하기 위해 건강보험위원회 관련 연구를 통한 자체 원가보전율 산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검체검사 수가는 단순히 개별 의료기관의 수익 문제가 아니다. 검체 수거·운송, 개인정보 보호, TAT(검사소요시간) 관리, 결과 검증 등 전 과정의 프로세스를 선진화하고 고도화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체계적인 프로세스 개선이나 최첨단 장비 도입, 전문 인력 양성은 불가능해진다.
나아가 진단검사 분야는 진단키트, 정밀의료, AI 기반 의료기기 등 K-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 기반이다. 국내 진단검사의 높은 질적 수준과 데이터 인프라가 뒷받침되었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일방적인 수가 삭감 정책은 바이오 산업 전반의 R&D 인프라를 위축시키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생매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진단검사의학회는 이번 사태를 진단검사 분야의 생존권 문제이자 국민 보건의 백년대계가 걸린 사안으로 규정하고 범업계 공조 체제를 가동했다. 의료계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산학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공동 대처에 나선다.
이와 함께 지난 10년간 정부의 급여정책 과정에서 진단검사 분야가 지속적인 희생양이었다고 진단, 사후약방문식 대응을 벗어나기 위해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할 ‘상설 정책연구 조직(연구소 또는 연구원 형태)’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조직은 국내외 정책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적정 수가 산정과 필수 인프라 유지를 위한 선제적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신명근 이사장은 “회원들의 우려에 깊이 공감하며 진단검사의 정당한 의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집행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검체검사 수가의 적정성 확보는 단순한 재정 절감의 시각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 안전망을 견고히 하고, 대한민국 의료 인프라와 미래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지켜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 조건이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검체검사 수가 인하, 진단 질 저하 우려
- 위수탁 개편, 고난도·취약지 검사 축소 경고
- 원가보전율 산정 논란, 행정소송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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