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위장에서 사흘 작동하는 ‘먹는 종이 배터리’ 개발 [사이언스 브런치]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9-22 17:30
입력 2026-09-22 17:30
세줄 요약
  • 생체흡수성 종이 배터리 개발
  • 돼지 위에서 사흘간 전력 공급 확인
  • 분해돼 사라지는 의료기기 전원 제시
이미지 확대


몸속 의료기기에 전기를 공급한 뒤 용도가 끝나면 분해돼 사라지는 ‘먹는 종이 배터리’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과,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미디어 아트 및 과학 프로그램, 데이비드 코흐 통합 암 연구센터, 비교 의학 연구부, 하버드대 의대 부설 브리검 여성병원, MIT-하버드 브로드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마그네슘과 삼산화몰리브데넘으로 만든 생체흡수성 종이 배터리를 개발하고 돼지 실험으로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화학공학’ 9월 22일 자에 실렸다.

이미지 확대
과학자들이 체내에서 흡수할 수 있는 종이 배터리를 개발해 돼지 실험으로 안정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MIT 제공
과학자들이 체내에서 흡수할 수 있는 종이 배터리를 개발해 돼지 실험으로 안정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MIT 제공


삼키거나 몸에 심는 전자기기는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과 전기 자극 치료의 폭을 넓히고 있지만 전원 공급이 항상 문제였다. 알칼리·리튬 이온 전지는 포장이 손상되면 전해질이 새어 체내 조직을 손상할 수 있고 분해되지 않는 케이스는 그대로 몸속 전자 폐기물이 된다. 단추처럼 작은 전지를 잘못 삼키면 식도 천공이나 누공,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음극(-)에 마그네슘 합금, 양극(+)에 삼산화몰리브데넘과 셀룰로스 나노섬유, 활성탄을 7대 2대 1로 섞은 종이 형태의 복합체를 만들었다. 셀룰로스 나노섬유는 효소로 체내에서 쉽게 분해된다. 전해질은 콜린 염화물과 젖산을 녹여 만든 생분해성 이온성 액체를 젤라틴 겔에 섞어 굳혔고 전체를 밀랍으로 약 300㎛(마이크로미터) 두께로 감싸 위산에 너무 빨리 녹지 않도록 했다. 크기는 지름 7.5㎜ 원형, 6×24㎜ 대면적 두 가지로 만들어 캡슐에 넣었다.

종이 배터리의 개방 회로 전압은 1.84V(볼트)로 일반적으로 쓰는 아연 전지 1.4V나 산화은 전지 1.55V보다 높았다. 면적당 용량은 2.43㎃h/㎠, 에너지 밀도는 4.13㎃h/㎠였고 계속 방전시켜도 하루 동안 1.6V 안팎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위장 구조가 사람과 비슷한 요크셔종 돼지에 내시경으로 캡슐을 넣고 사흘간 관찰한 결과 엑스선 영상에서 캡슐은 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위에 머물렀다. 전압은 1.8V에서 1일 차 1.6V, 3일 차 1.45V로 서서히 떨어졌다. 1주일을 넘기면 겔 전해질이 마르고 마그네슘이 부식되며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이미지 확대
캡슐 기반 생분해성 전자 시스템의 개략도  MIT 제공
캡슐 기반 생분해성 전자 시스템의 개략도

MIT 제공


연구팀은 모의 위액으로 분해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종이 배터리는 수 주 내에 부서졌고 캡슐은 40일 안에 대부분 녹았다. 체내에 완전히 노출되더라도 용출되는 마그네슘은 최대 3.4㎎, 몰리브데넘은 하루 1㎎ 미만으로 일일 섭취 기준(각 420㎎, 2㎎)을 크게 밑돈다. 두 금속 모두 체내 흡수와 신장 배설 경로가 알려진 필수 미량원소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복약 순응도를 추적하는 배터리 보조형 RFID 태그, 위 전기자극 치료 캡슐로 사용될 수 있다. 기존 수동형 태그는 판독기를 목이나 허리에 붙여야 했지만 종이 배터리 태그는 4m 이내까지 안정적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실제로 살아 있는 돼지 식도에 넣고 1.5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하자 신호 세기가 삼키기 전보다 약 10㏈(데시벨) 떨어져 제대로 약을 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위가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 위마비 치료에 쓰이는 위 전기자극 치료는 현재는 복강경 수술로 전극을 위 근육에 꿰매야 한다. 연구팀은 종이 배터리를 캡슐에 넣어 삽입하면 최대 7일 정도 자극을 이어갔다. 실제로 돼지 위를 20분 정도 자극하자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이 최대 50%, 평균 36.3% 늘었고 조직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지오반니 트라베르소 MI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먹는 전자기기’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전원 문제를 생체흡수성 재료만으로 풀어낸 첫 사례”라며 “회수 절차를 없애고 기기가 몸에 남을 위험과 위장관 내 전자 폐기물을 함께 줄인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하고 환자 친화적인 생체전자 의학으로 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기사 반응 MBTI 확인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종이 배터리의 주요 구성 재료는?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