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지 강제처분 완화, 현실 외면한 탁상행정 되짚어 봐야
수정 2026-09-22 01:40
입력 2026-09-21 20:44
정부와 여당이 상속·고령 등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거나 관행적 임대차가 이뤄진 농지에 곧바로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면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한 임대차로 전환할 기간을 주고, 농지은행 위탁도 허용한다. 일부 불법 전용은 사후 허가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법을 연말까지 만들기로 했다.
이번 보완책은 전수조사가 본격화한 뒤 커진 농촌 반발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284만 필지를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했다. 지난달 심층조사가 시작되자 직접 농사짓지 않는 땅은 처분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이행강제금까지 물 수 있다는 불안이 번졌다. 고령·상속, 관행적 임대차까지 걸릴 수 있다는 걱정도 컸다. 살 사람도 드문데 땅이 팔리겠느냐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정부는 처음부터 투기와 일반적 위반을 가려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조사에 앞서 무엇을 투기로 볼지, 어떤 경우에 처분을 유예할지부터 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처분 유예의 법적 근거는 이제야 특별법으로 마련하고, 투기의 세부 기준도 조사 뒤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촌 민심이 악화된 뒤에야 세부 잣대를 세우는 모양새다. 정부가 자초한 혼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농지 투기는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개발이익을 노린 허위 영농이나 농업법인을 내세운 부동산 투기까지 관행으로 감싸서는 안 된다. 하지만 농촌에선 농사지을 사람이 줄고, 상속으로 농지가 잘게 쪼개지고, 남의 땅을 빌려 경작하는 일도 흔하다. 제도가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 선의의 농민과 임차농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농지법과 농촌 현실의 거리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보여 줬다. 경자유전 원칙도 달라진 농촌 현실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 투기는 엄정히 막되 불가피한 비경작까지 같은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땜질식 보완에 그칠 게 아니라 농지 소유·이용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
2026-09-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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