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정부서울청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서동철 기자
수정 2026-09-22 01:38
입력 2026-09-22 00:38
한국 산업국가 이끈 컨트롤타워
조선 오백년 육조거리 역사성도
세종시 이전 공간 재배치하면서
정부역사博 만들고 담장 허물길
개인적인 경험이어서 송구하지만, 기자 생활을 하면서 광화문 앞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해 있던 행정기관 두 군데에 합쳐서 6년 남짓 출입한 적이 있다. 두 정부기관 기자실은 모두 경복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청사 북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하다 여유가 생겼을 때 사시사철 풍경이 바뀌는 창밖 북악산이며 청와대 주변, 경회루를 바라보면서 보통의 국민은 불가능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하지만 시점을 달리해 경복궁 흥례문 마당에서 정부서울청사를 보면서 궁궐 분위기를 해치는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다. 기록을 찾으니 정부종합청사라는 이름으로 건물이 완공된 것이 1970년이다. 1999년에는 정부중앙청사로 이름을 바꾸었고 2013년엔 정부서울청사가 됐다. 필자가 이 건물에 드나든 것은 정부종합청사와 정부중앙청사 시절이었다.
이제는 조금 낡은 표현처럼 느껴지기는 해도, 정부서울청사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근대화가 이루어진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정부 주요 부처가 밀집해 있던 정부서울청사다. 이 건물이 우리나라를 오늘날처럼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의 건조물이 문화유산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물론 겉모습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다면 또 다른 의미에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극대화한다. 끼니를 걱정하던 농업국가를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 이상의 대사건이 우리 역사에 더 있는지 알지 못한다. 누군가 망국으로 몰아넣은 왕조의 궁궐보다, 그렇게 무너졌던 국가를 다시 번영으로 이끈 서울청사가 훨씬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국가유산청의 등록문화유산 제도는 정부서울청사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의 하나가 됐다. 근현대문화유산을 등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기준은 50년이다. 5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보존 조치가 필요하면 등록할 수 있다고도 한다. 올해로 준공 56주년을 맞은 정부서울청사는 당연히 등재 대상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서울청사의 등재를 신청한 적은 없는 듯싶다. 정부 스스로 서울청사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게을리하고 있지 않나 싶다.
정부서울청사가 갖는 또 하나의 역사성은 조선시대 관청가 육조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조선왕조는 처음 광화문에서 바라볼 때 왼쪽에 의정부, 오른쪽에 삼군부를 두었다. 문치 최고기구 의정부와 군사 최고기구 삼군부를 궁궐 정문 바로 앞에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한 것이다. 이런 체제를 1865년 부활시킨 것이 흥선대원군이다. 의정부 터는 발굴조사를 거쳐 일종의 역사유적공원으로 활용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삼군부 터는 정부서울청사 담장에 가로막혀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삼군부 건물 가운데 총무당은 1930년 지금의 한성대 곁으로 옮겨졌다. 청헌당은 청사 건축 공사가 본격화되기에 앞서 1967년 공릉동 육군사관학교로 이사했다. 그럼에도 두 건물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무리다.
그럴수록 정부서울청사 자리의 역사성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노력은 분명 시동을 걸어야 할 때다. 중앙행정기관의 제2차 세종 이전 계획에 따라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해 있는 부처 대부분은 조만간 떠나게 된다. 남은 공간은 서울에 있을 필요가 있는 일부 부처가 잔류하고 민간 건물을 빌려 쓰는 위원회 등도 입주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서울청사는 삼국시대 이후 역대 국가의 행정시스템을 전시하고 연구하는 ‘정부역사박물관’의 최적지가 아닐까 싶다. 일대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 주는 장소이자 조선왕조 500년의 행정 중심지다. 의미 있는 터전에 상징성 있는 가능을 가진 박물관을 만들고 담장도 헐어 우리 국민과 외국 관광객 모두 자유롭게 오가게 하자는 것이다.
청사 높은층에는 전망대도 만들어 필자가 누렸던 즐거움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권위주의 정부에선 청와대 경호를 이유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 문제는 대통령 경호실이 해결하고도 남을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6-09-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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