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속에 1억이?”…9만원에 산 골동품, 알고 보니 ‘전설의 멸종 동물’ [월드픽]

김성은 기자
수정 2026-09-07 11:02
입력 2026-09-07 10:24
세줄 요약
- 벼룩시장 여우 박제, 멸종 동물 두상으로 확인
- 이빨 개수·CT 검사로 틸라신 진품 판명
- 67달러 물건, 경매서 8만5000달러 낙찰
영국의 한 벼룩시장에서 단돈 67달러에 거래된 여우 머리 박제가 사실은 이미 멸종된 태즈메이니아 호랑이의 두상으로 밝혀졌다. 희귀성이 확인되면서 이 박제는 경매에서 초기 구매가의 1200배가 넘는 8만 5000달러(약 1억 1360만원)에 낙찰됐다.
5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사연은 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구매자가 지역 장터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동그란 눈이 마음에 들어 이 박제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구매자는 자신이 산 물건이 평범한 여우 머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이 구매자는 해당 박제를 영국 브리스틀의 경매업체 옥셔넘에 내놨다.
최종 낙찰자는 자연사 유물 전문 딜러인 제임스 크랜필드다. 그는 다양한 박제 기법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특이한 여우 머리 박제를 수집해 왔다.
크랜필드는 경매 사이트를 살펴보다 ‘19세기 여우 머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물품을 처음 발견했다.
그는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들여보는 순간 번개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여우가 아니라 틸라신, 즉 태즈메이니아 호랑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틸라신은 등에 독특한 줄무늬가 있는 육식성 유대류로 외형은 큰 개와 비슷하다. 한때 호주 전역과 파푸아뉴기니 북부까지 서식했으나 유럽인들이 정착할 무렵에는 태즈메이니아섬에만 일부 남아 있었다. 이후 무분별한 사냥과 질병, 서식지 파괴가 이어지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고 1936년 태즈메이니아의 한 동물원에서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공식적으로 멸종됐다.
사진만으로 확신할 수 없었던 크랜필드는 경매 당일 새벽 약혼자와 함께 3시간 반을 운전해 경매장으로 향했다. 온갖 잡동사니와 도자기들 사이에 놓인 박제를 직접 확인한 순간, 그의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결정적인 단서는 이빨의 개수였다. 여우는 위턱 앞니가 6개이지만, 이 박제는 8개였던 것이다.
치열한 경합 끝에 크랜필드는 8만 5000달러(약 1억 1360만원)에 낙찰받았으며, 여기에 수수료 1만 3500달러(약 1800만원) 이상을 추가로 지불했다. 낙찰 후 혹시라도 평범한 여우 머리에 거금을 쓴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자 엑스레이와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박제 내부에는 완벽에 가까운 상태의 두개골이 보존돼 있었다. 크랜필드는 그제야 진품임을 확신하며 안도했다.
국제 틸라신 표본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현미경 슬라이드 표본부터 전체 박제까지 전 세계에 남아 있는 틸라신 관련 유물은 815점 안팎이다.
그러나 머리 부분만 온전히 남은 표본은 이번에 발견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점뿐이며 그마저도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크랜필드는 이 박제를 개인 소장에 그치지 않고 학술 자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이 유물의 존재를 널리 알려 연구자들이 분석에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여러 연구 기관이 이 표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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