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나눔’이라더니 27만원… 규제 피해 간 불꽃축제 자리 장사

유승혁 기자
수정 2026-09-06 17:15
입력 2026-09-06 17:00
암표 처벌 강화에도… 공연·경기 입장권만 규제
“거래 안 했다” 말하면 끝… 자리 장사 단속 한계
명당 선점 돗자리·텐트, 축제 끝나자 ‘쓰레기’로
“불꽃축제 자리 나눔합니다.” “돗자리 양도합니다.”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지난 5일 중고거래 플랫폼과 오픈채팅방 등에 올라온 게시글 제목이다. ‘무료 나눔’이나 물품 판매처럼 보이지만, 연락해보니 실제로는 앞의 글 작성자는 27만원, 뒤의 글 작성자는 25만원을 요구했다. 기자가 단속 가능성을 묻자 “걸릴 일도 없고, 단속이 나오면 거래한 적 없다고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불꽃축제를 앞두고 한강공원 명당을 선점한 뒤 돈을 받고 넘기는 ‘자리 장사’가 반복됐다. 다만 예년과 달라진 점은 판매자들이 자리를 직접 판다는 표현을 피하고, 돗자리나 의자 등 물품 거래로 위장했다는 점이다. 무료 나눔을 내건 뒤 개별 연락을 통해 유료 거래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축제 당일 암표 거래와 자릿세 징수 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섰지만, 이 같은 거래를 현장에서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 게시글만으로 단순한 물품 거래인지 실제 자리 거래인지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실제로 돈을 주고받으며 자리를 넘기는 현장을 포착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암표 거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암표방지법’(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한강공원 자리 장사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암표 규제는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 등을 부정하게 사고파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불꽃축제처럼 공공장소에서 선점한 자리를 판매하는 행위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웃돈을 요구하는 판매자들이 자리들을 싹쓸이하면서 정작 시민들은 축제를 즐길 권리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6일 “개인화·소유화할 수 없는 공공재인 공원을 사유화해 판매하는 행위는 법으로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며 “암표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거나 관련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축제가 끝난 뒤에는 쓰레기 문제도 반복됐다. 특히 전야제를 포함해 이틀에 걸쳐 진행된 올해는 저가형 텐트와 돗자리 등이 대거 버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웃돈을 받고 자리를 판매한 이들이 싸구려 돗자리 등을 갖다 놓고, 자리를 산 이들은 축제 뒤 해당 물품을 그대로 두고 떠난 탓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텐트와 돗자리가 버려진 것인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쓰레기 투기 여부를 판단하기도, 단속에 나서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공공 차원에서 텐트와 돗자리 등을 대여해 보증금을 받은 뒤, 사용 후 반납하는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승혁 기자
세줄 요약
- 무료 나눔 위장한 불꽃축제 자리 장사 반복
- 실제 거래가 25만~27만원까지 치솟은 상황
- 현행 암표 규제 밖, 단속·입증 모두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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