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주세요!” 또 유럽서 ‘대박’ 터졌다…해결사 된 이유 [지금, 지구]
하승연 기자
수정 2026-09-06 22:12
입력 2026-09-06 22:10
세줄 요약
- 유럽 폭염·가뭄 장기화로 절수제품 수요 급증
- 중국산 수도꼭지·관개장비·세탁기 주문 확대
- EU 녹색전환과 맞물린 중국 업체들 수혜
최근 유럽 내 극심한 폭염 및 가뭄 현상이 장기화함에 따라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중국산 수도꼭지와 관개장비, 세탁기 등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대표적 소상품 생산·유통기지인 저장성 이우에 유럽으로 수출하는 절수형 수도꼭지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우에서 주방·욕실용 철물제품을 판매하는 류쥔밍씨는 수도꼭지의 월간 유럽 수출량이 종전 1000~2000개 수준에서 지난달 약 1만개로 늘었다고 글로벌타임스에 전했다.
류씨는 유럽 바이어들이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기존보다 작은 지름 25㎜짜리 밸브 카트리지를 찾고 있으며,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물줄기를 미세한 안개 형태로 분사해 물 소비량을 줄이는 ‘미스트형’ 수도꼭지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우의 또 다른 수도꼭지 수출업체는 기존 제품보다 물 사용량을 3분의 1가량 줄인 절수형 수도꼭지를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있으며, 유럽 판매가 연간 20%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정원용 관개장비 생산기지인 저장성 츠시에서도 유럽의 절수제품 주문이 증가 추세다.
중국 중앙TV(CCTV)에 따르면 기존 제품 대비 물 사용량을 70%가량 절약할 수 있는 한 업체의 물방울·분무 결합형 관개장비는 생산량 절반 이상을 유럽에 보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에서 확정된 주문은 내년 1월까지 밀려 있으며 추가 계약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유럽 소비자를 겨냥해 절수 기능을 강화한 ‘3드럼 세탁기’를 내놨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1~2㎏의 소량 세탁물을 위한 별도 소형 드럼을 장착해 기존 8~10㎏ 용량 세탁기 대비 물 사용량을 70% 줄일 수 있다.
하이얼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출시한 이후 이 세탁기 사전 주문이 수백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왕펑 베이징사회과학원 부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산 절수·에너지 절감 제품은 유럽연합(EU)의 녹색 전환 정책과도 부합한다”며 “물 절약과 에너지 효율, 기후변화 적응 기술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EU의 협력 확대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 폭염에 유럽서 중국산 냉방 가전 판매 급증유럽에서 중국산 제품이 인기를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여름 유럽에서는 이동식 에어컨을 비롯한 중국산 냉방 가전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중국관찰’ 코너에서 유럽 현지 맞춤형 설계를 갖춘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이 폭염을 이겨내게 돕는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세입자와 집주인들이 까다로운 설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을 앞다퉈 찾고 있다는 것이다.
성도일보는 프랑스의 냉매 관련 규정, 독일의 소음 기준, 이탈리아의 노후·역사 건축물 외벽 규제 때문에 일반적인 에어컨 제품을 들여놓기 어려운 상황에서 복잡한 설치 과정이 필요 없는 중국산 이동식 제품들이 급부상했다고 짚었다.
또한 성도일보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아담의 창조’를 패러디해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을 신이 내려준 것처럼 묘사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고도 소개하기도 했다.
● 유럽 일부 지역 60년 만에 가장 긴 가뭄
● 프랑스 70% 지역 용수 사용 제한 조치
● 다뉴브강 3분의2 구간서 유량 관측 최저치중국산 절수제품의 유럽 수요 증가는 최근 유럽을 덮친 폭염과 심각한 가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에 따르면 서유럽과 중부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60여년 만에 가장 긴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물류 대동맥인 라인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독일 화학 기업 코베스트로는 지난달 11일 일부 납품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상황을 알리는 조치다. 독일 기상당국은 라인강의 저수위가 오는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가뭄이 심해지면서 전국의 약 70% 지역에 용수 사용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지난달 9일 기준 수도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 본토 대부분 지역에 최소 1단계 물 사용 경보가, 전국(해외령 포함) 101개 데파르트망(광역 자치권) 중 67곳에는 최고 수준의 위기 경보가 각각 발령됐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은 프랑스 관측 사상 가장 더운 7월이었으며, 강수량은 평년보다 약 70% 부족해 역대 세 번째로 건조한 7월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쌀 생산 ‘젖줄’인 포강도 최근 기록적 저수위에 비상이 걸렸다. 포강유역관리청은 최근 가뭄 심각도를 ‘높은 수준’으로 지정하고 알프스 지역 호수들의 수량도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최대 쌀 생산국으로 이탈리아 생산량의 80%가 포강 유역에서 수확된다.
AFP통신은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기준 독일 라인강의 85%, 영국 템스강은 95%, 유럽 10개국을 지나는 다뉴브강은 3분의 2 구간에서 유량이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본토의 95%, 스위스는 99%에서 가뭄이 관찰됐고 헝가리·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의 가뭄도 7월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심각했다고 AFP는 덧붙였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네덜란드 은행 트리오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폭염으로 EU가 1800억 유로(약 294조 8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1% 대부분이 폭염 때문에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기상학적으로 여름은 끝났지만 남유럽의 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9월 첫째 주에도 이탈리아 로마와 그리스 아테네,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는 최고기온이 30도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돼 올여름 폭염의 여파가 초가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 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불렀고 이는 결국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기후 위기는 남 일이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뼈 아픈 현실입니다. [지금, 지구]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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