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르고스의 꼬리

박성원 기자
수정 2026-09-02 00:58
입력 2026-09-02 00:12
얼마 전 본 영화 ‘오디세이’에서 짧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늙은 사냥개 ‘아르고스’였다. 거지 차림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를 알아본 아르고스는 꼬리를 치며 환대한 뒤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의 짠한 감정이 오래 여운으로 남았다.
아르고스를 연기한 노견은 올해 15세인 포르투갈의 ‘소이어’로, 퇴역한 연기 전문 견공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촬영 현장의 스태프들 사이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촬영 후기를 보면 사람과 견공 사이의 정서적 교감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네팔·티베트 국경의 대홍수 현장에서 수색견이 진흙더미를 훑으며 인명구조 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 장면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10여년 전쯤인가. 북한산의 바위틈을 오르내리며 발톱이 빠져 가면서도 실종자 수색에 몸을 아끼지 않던 소방대 소속 구조견이 새삼 떠오른다.
반려견이든 구조견이든 사람에게 기쁨과 도움을 주고 떠나는 견공들. 그들 모두 꼬리 인사를 남기고 영면한 아르고스처럼 오래오래 기억될 자격이 있다.
박성원 논설위원
2026-09-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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