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을 그렸다, 불륜조차 하찮아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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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훈 기자
수정 2026-08-21 00:01
입력 2026-08-21 00:01

블랙코미디서 ‘눈빛’ 보여준 김혜수

인플루언서이자 가장인 박경희 역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열연
유튜브 파고들고 의상·헤어도 연구

“불륜·사고 등 극한 상황 속 주인공
어떻게 금이 가는지에 초점 맞췄죠
김지훈·조여정 등 캐릭터 완벽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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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는 쿠팡플레이 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에서 10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인플루언서이자 가장 박경희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불륜조차 뒷전이 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마주하는 적나라한 민낯을 빠른 호흡으로 그려낸 블랙코미디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혜수는 쿠팡플레이 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에서 10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인플루언서이자 가장 박경희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불륜조차 뒷전이 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마주하는 적나라한 민낯을 빠른 호흡으로 그려낸 블랙코미디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영상으로 팔아온 인플루언서의 집에 격랑이 몰아친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건 파국의 위기 앞에 그저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주저앉았던 아내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선다. 그 눈빛이 서늘하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감독 이창희)는 빠른 호흡의 사건이 인물들을 휩쓰는 8부작 블랙코미디다. 인플루언서 부부와 이혼 소송 중인 앞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비밀로 얽히고 설킨다. 지난달 31일 첫 공개 후 5회까지 선보인 시리즈는 플랫폼 인기 순위 1위를 3주째 지키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극 중 박경희를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시작한 가장”으로 읽었다고 했다. 경희는 인테리어 회사 대표이자 구독자 100만명을 자랑하는 영상 크리에이터 ‘박대장’이다. 김혜수가 처음 맡은 인플루언서 역할이다. 그런데도 무게를 실은 쪽은 직업이 아니었다. 김혜수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지만 경희는 가장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 앞에서 이 가장이 어떻게 금이 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균열은 빠르게 확산한다. 딸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고 믿은 경희는 남편 임재홍(김지훈 분)과 함께 시신을 옮겨 감춘다. 곧 영상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이 날아들고, 부부는 회사 돈까지 끌어다 5억원을 마련한다. 그런데 협박범이 쥔 영상에 담긴 것은 사고도 시신도 아닌 남편과 앞집 이웃 안수정(조여정 분)의 불륜 현장이었다. 가족을 지키려던 선택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구조다. 김혜수는 “경희에게는 가족을 지키려는 유일한 길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가식으로 채워졌던 사람의 진짜 민낯이 그때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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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플레이 제공


작품 선택의 이유를 묻자 김혜수는 고민 없이 제목을 언급했다. 읽어야 할 대본이 몇 편 쌓여 있던 날 제목 한 줄이 “퀵 줌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래? 그럼 뭐가 문제야?”라는 궁금증에 대본을 집어 들었다. 완성도 높은 대본에 제목마저 장치로 읽혔다. 김혜수는 “불륜으로 시작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여러 인물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지가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라고 했다. 불륜과 사고, 자녀 문제처럼 익숙한 소재를 인간의 민낯까지 끌고 가는 전환이 치밀했다는 것이 그의 평이다.

대중을 붙드는 감각을 익히려 처음으로 유튜브를 파고들었다. 인테리어를 검색해 조회 수 높은 순으로 봤고, 요리·가구·패션까지 범위를 넓혔다. 백만 구독자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대중의 관심을 오래 붙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폈다. 지하방과 옥탑방에서 시작해 자기 공간과 가족의 성장까지 공개해 지지 기반을 쌓은 사례가 경희의 모델이 됐다. 의상은 실제 인플루언서들의 착장을 참고해 제작했고, 헤어스타일은 분장팀과 오래 회의한 뒤 최종안조차 촬영 며칠 전 스스로 바꿨다. “오래 청룡영화상과 함께한 화려한 이미지가 있으니, 개인 김혜수의 화려함이 아니라 캐릭터로서의 화려함을 보여줘야 해 특히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데는 현장의 조건도 한몫했다. 이 감독은 두 이웃이 마주하는 골목과 집을 로케이션 대신 세트로 지었다. “이웃과 이웃이 만나는 순간의 빛과 공기는 외부에서 제한적인데, 그걸 과감하게 세트로 선택한 것이 배우들에게 큰 강점이었다”고 했다. 날씨에 발목 잡히지 않으니 상황만 남았다. 이 감독의 연출은 “굉장히 라이트하다”고 표현했다. 연출 방식은 배우가 준비한 것을 먼저 받아들인 뒤 지나가듯 단서를 주는 쪽이었다. 현장에 몰입한 상태에서는 그 단서 하나가 연기의 폭을 넓히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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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플레이 제공


16세였던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올해로 배우 인생 40년을 맞았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섭다”고 했다. 현장의 불안은 모든 배우가 안고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가 두려움을 극복한 힘은 촬영을 함께한 동료 배우들에게서 나왔다. 아내의 그늘에 가려 살아온 배우 임재홍을 연기한 김지훈에 대해 그는 “어느 순간은 김지훈이 연기하는 재홍이 아니라 인간 재홍처럼 보였다”며 “자칫 철부지나 이기적인 인물로만 보일 수 있는데 그걸 구현해 낸 건 오롯이 김지훈의 역량”이라고 했다. 이웃 피부과 원장을 연기한 배우 조여정에 대해서는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완성되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수정의 전 남편 주보성 역 배우 김재철에 대해선 “블랙코미디의 정점을 보여줄 배우”라고 평했다.

남은 이야기의 관전 포인트는 또다시 ‘민낯’이다. 오는 21일 공개되는 6회에선 수정이 공구를 챙기고, 주보성의 변호사 최상철(이두석 분)이 경희의 집에 침입한다. 그는 “모든 인물의 수위는 점증하고, 그 절정은 7회가 될 것”이라며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드러나는 극 중 인물들의 다종다양한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김임훈 기자
세줄 요약
  • 불륜보다 큰 위기 속 민낯 드러나는 블랙코미디
  • 김혜수, 인플루언서 아닌 가장 박경희로 해석
  • 유튜브·의상·헤어 연구로 캐릭터 완성
2026-08-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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