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름 지운 광주비엔날레…대만 작가들 “전시 불참”

서미애 기자
수정 2026-08-19 10:31
입력 2026-08-19 10:31
파빌리온 포스터서 국가명 삭제하고 국립대만미술관 약칭 표기
대만 정부 “일방적 변경 수용 못해”…작가들 “정체성 침해” 반발
재단 “협약에 따른 기관명 표기”…개막임박에도 전시 준비 중단
논란의 핵심은 파빌리온 명칭이다. 파빌리온은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와 별도로 국가나 지역을 대표하는 성격의 전시로, 다국적 작가 그룹이나 특정 기관이 주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국가명을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대만 파빌리온은 ‘대만’이라는 국가명 대신 전시를 주관하는 국립대만미술관의 영어 약칭으로 표기됐다. 대만 측은 당초 기획 단계에서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명칭으로 광주비엔날레 재단과 협의를 거쳐 계약까지 체결했는데, 개막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명칭이 변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시 준비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만 작가들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전시 공간은 개막이 임박한 시점까지 전시 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파빌리온 운영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만 문화부는 광주비엔날레 재단 측에 명칭의 일방적인 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만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참여 작가들도 집단 반발에 나섰다. 대만 파빌리온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작가 10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명칭 변경에 항의했다. 일부 작가는 전시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광주비엔날레에서 참가자의 정체성이 제약받고 있다며, 국가명 삭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세계 예술 공동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작가들은 작품과 예술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국가·지역적 배경을 주최 측이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예술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정치적 의도나 외부 압력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단 측은 전시를 주관하는 국립대만미술관과 체결한 협약서에 따라 기관 이름을 사용했을 뿐이며, 협약 내용에 근거한 행정적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만 측은 당초 협의·계약 과정에서 사용했던 명칭이 개막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바뀐 만큼 재단의 설명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표현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내세워온 광주비엔날레에서 참가자의 국가·지역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번 사태가 국제 예술계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남광주 서미애 기자
세줄 요약
- 대만 파빌리온 명칭 삭제로 광주비엔날레 논란 확산
- 대만 정부·작가들, 정체성 침해와 불참 의사 표명
- 재단은 협약 따른 기관명 사용이라며 정치성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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