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어야 할’ 우크라전, 1569일째…1차대전보다 길어졌다 [배틀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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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6-12 07:13
입력 2026-06-12 07:13

1차 대전은 1568일 만에 총성 멎어
우크라전은 정전 합의조차 없이 추월
드론이 만든 ‘킬존’, 교착 장기화 원인

[배틀라인 3줄 요약]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1일로 1569일째를 맞아, 1568일 만에 정전된 제1차 세계대전보다 길어졌다. 우크라이나전은 정전 합의조차 없이 이 기간을 넘어섰다.
● 1차 대전과 달리 이번 전쟁의 교착은 드론이 만든 ‘킬존’이 원인으로, 기간은 넘어섰지만 규모 면에서는 양국 간 전쟁이라는 차이가 있다.
● 평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전쟁이 2차 대전 기간(약 2070일)마저 넘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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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폭발 장면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포착됐다. 2026.6.8 로이터 연합뉴스(텔레그램)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인한 폭발 장면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포착됐다. 2026.6.8 로이터 연합뉴스(텔레그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1일(현지시간)로 1569일째를 맞으면서 제1차 세계대전의 지속 기간을 넘어섰다. 개전 당시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기 소모전으로 굳어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 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개전일을 1일째로 계산할 때 이날 기준 1569일째 이어졌다.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세르비아 선전포고로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은 1918년 11월 11일 정전까지 1568일 동안 계속되다 총성이 멈췄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같은 시간 동안 정전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NYT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군인들이 이 전쟁이 ‘마지막의 마지막’(La Der des Ders)이 되기를 바랐다고 소개하며, 한 세기가 지난 뒤 유럽에서 또 다른 대규모 전쟁이 이보다 오래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기대와 달리 역사는 반복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속 기간에서 1차 세계대전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막대한 병력 손실과 참호전, 소모전 양상 때문에 1차 세계대전과 자주 비교돼 왔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잔혹한 보병 공격과 막대한 사상자 때문에 종종 제1차 세계대전에 비견돼 왔다”며 “그러나 이 전쟁이 실제로 1차 세계대전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침공 초기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명분 아래 사흘이면 수도 키이우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초기 공세를 막아내면서 전쟁은 양측이 전선을 조금씩 밀고 당기는 장기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참호전 닮은 전장…드론이 만든 새로운 교착두 전쟁은 참호와 대규모 인명 피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장의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기관총과 철조망 등 방어 기술의 발전이 공격 전술을 압도하면서 참호전이 장기화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전선 교착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정찰 드론과 자폭 드론이 전장 곳곳에 투입되면서 양측 병력과 장비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다. 전선 주변에는 드론 공격 위험이 높은 이른바 ‘킬존’이 형성됐고, 대규모 병력 기동 역시 어려워졌다.

100여년 전 항공기와 전차가 전쟁의 방식을 바꿨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전쟁 규모 자체에는 차이가 있다. 1차 세계대전은 수십 개국이 참전하고 군인 전사자만 약 1000만 명에 달한 세계적 충돌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넘어선 것은 전쟁의 지속 기간이지 전체 규모는 아니다.

“2∼3년이면 끝날 줄”…장기전 된 우크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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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전선 인근 훈련장에서 병사들이 군사훈련하고 있다. 2026.6.11 우크라 제65기계화여단 공보실 제공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전선 인근 훈련장에서 병사들이 군사훈련하고 있다. 2026.6.11 우크라 제65기계화여단 공보실 제공


참전 군인들도 전쟁이 이처럼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프랑스’라는 호출명을 쓰는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NYT에 “2∼3년 정도면 정치인들이 어떤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평화 협상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NYT가 인용한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절반가량이 내년 전까지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이 더 장기화할 경우 6년 가까이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과 비교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을 전쟁의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준으로는 전쟁이 이미 12년째다.

우크라이나 역사학자 야로슬라프 흐리차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1차 세계대전처럼 현대 유럽 질서를 바꾼 전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두 전쟁 모두 군사 동맹 구조를 재편하고 대규모 재무장을 촉진하면서 유럽 안보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프랑스군 대령 출신 군사 분석가 미셸 고야는 NYT에 “많은 면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1차 세계대전과 가장 유사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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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콜롬비아 자원병의 추도식이 거행되고 있다. 콜롬비아 해병대 출신 얀 세바스티안 레스트레포 마소(콜사인 ‘오닉스’)는 우크라이나 국제여단에서 복무한 후 제413 무인시스템연대 ‘레이드’에 합류했다가 자포리자 전선에서 전사했다. 그의 가족은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2026.6.11 키이우 EPA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콜롬비아 자원병의 추도식이 거행되고 있다. 콜롬비아 해병대 출신 얀 세바스티안 레스트레포 마소(콜사인 ‘오닉스’)는 우크라이나 국제여단에서 복무한 후 제413 무인시스템연대 ‘레이드’에 합류했다가 자포리자 전선에서 전사했다. 그의 가족은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2026.6.11 키이우 EPA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세줄 요약
  • 우크라 전쟁 1569일째, 1차대전 기간 돌파
  • 정전 합의 없는 장기 소모전, 교착 심화
  • 드론 ‘킬존’ 형성, 현대전 양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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