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요약
- 온라인 그루밍으로 287명 성착취 피해 집계
- 가해자 SNS·앱 이동하며 접근, 차단 필요
- 플랫폼 책임 강화와 치유형 교육기관 확대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4회>
온라인 성착취 급증…“특단 대책 절실”
“‘디지털 거세’, ‘온라인 전자발찌’ 필요”
“학업·치료 병행 ‘치유형 교육기관’ 확대”아이들은 지금도 화면 너머에서 사냥당하고 있다. 본지가 4회에 걸쳐 추적한 온라인 성착취의 실상은 그것이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이런 유형의 범죄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원의 양형 강화와 피해자 지원 확대가 시급한 이유다. 디지털 거세, 플랫폼 책임 강화, 치유형 교육기관 확대, 성착취 교육 내실화도 정책 대안으로 거론된다.
■디지털 거세
지금도 일부 가해자에게는 소셜미디어(SNS) 이용 제한 조처가 내려진다.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들은 이 조치의 강도를 현재보다 더 높여 가해자에 대한 ‘디지털 거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범행 현장인 온라인에서 가해자가 미성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현행 SNS 이용 제한은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판사 재량으로 결정된다.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있고,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큰 가해자 위주로 적용된다. 그 밖의 가해자들은 처벌 뒤에도 온라인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천정아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초범이라 해도 수법이나 죄질 등에 따라 SNS 이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아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특정 앱에 대한 사용 제한을 피해 또 다른 앱으로 옮겨가 범행을 저지르는 가해자도 많다”며 “온라인 접속을 관리·감독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전자발찌’도 효과적인 제재 방안으로 거론됐다. 가해자들이 SNS와 커뮤니티, 온라인 게임, 익명 채팅앱을 옮겨 다니며 사냥하듯 아이들을 착취한다는 점에서 추적할 수 있는 꼬리표를 달자는 것이다. 가해자가 온라인에 접근할 수단을 차단하고 행적을 추적할 장치를 채워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책임 강화
방조. 플랫폼들이 온라인 성착취를 대하는 태도는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정혜원 경기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범죄가 이뤄지는 익명 채팅앱은 물론 SNS를 운영하는 플랫폼에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착취 피해자를 대리하는 마태영 변호사는 “최소한 수사 과정에서는 자료 협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텔레그램·디스코드·X·라인 등 해외 플랫폼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는 사용자가 올린 불법 게시물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플랫폼들이 한국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을 외면할 수 있는 근거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DSA는 플랫폼이 온라인상의 불법 콘텐츠와 혐오 발언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플랫폼의 유해 콘텐츠 방치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DSA와 유사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유형 교육기관 확대
‘치유형 교육기관’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위(We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병원형 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정서건강과 치유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곳에서는 성착취 피해를 포함해 학교폭력 등으로 의료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치료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다. 치료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수업 일수를 채우려고 무리해서 학교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병원형 위센터는 2010년 처음 문을 연 뒤 올해 기준 전국 19곳이 운영 중이다.
남궁미 광주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팀장은 “병원에 입원하더라도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앞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교육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DB
■“원래 놀던 애 아니야?”라는 인식
온라인 성착취 피해자들은 “원래 놀던 애 아니야?”, “몸뚱아리를 어떻게 놀렸길래”,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왜 만나니”와 같은 말과 차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피해자 지원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인식 전환과 함께 학교 울타리 안에서 온라인 그루밍을 포함한 성착취 교육도 내실 있게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그루밍 수법을 파헤쳐 알려주는 실전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화하는 범죄와 달리 관련 교육은 여전히 매년 정해진 시간만 이수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의무화된 교내 성교육 시간은 연간 15시간이지만, 성폭력·성매매 예방 교육은 초등학생 1시간, 중·고등학생은 2시간에 그친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범죄의 확대 정도를 고려하면, 공교육 틀 내에서 그루밍 수법이나 성착취에 당하지 않는 법,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진화하고 있다. 제도는 멈춰 서 있다. 그 사이로 아이들이 사라진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최재성·홍인기·명종원·박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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