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받은 것 돌려주고파”…4명 살리고 떠난 중국인 용접공

이현정 기자
수정 2026-03-30 13:55
입력 2026-03-30 13:55
한국에서 가족의 생계를 일궈온 이주 노동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 가장 귀한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거친 용접 불꽃 아래서 18년 타향살이를 견뎌온 중국인 김용길(65) 씨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 씨가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30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월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폐와 간, 양측 신장을 기증했다.
김 씨는 생전 심장 질환으로 고통받던 친구가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었다. 이후 아내에게 “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며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박인숙(중국 국적) 씨는 “남편이 미리 마음을 정해둔 덕분에 마지막 선택이 덜 힘들었다”며 “한국에 늘 고마움을 느꼈고 받은 걸 이곳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중국 장춘에서 태어난 김 씨는 2008년 아내와 한국으로 건너왔다. 영주권을 취득한 뒤 식당 일을 시작으로 건설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가족의 버팀목이 됐다. 국적은 달랐지만 어려운 이웃을 보면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다.
김 씨와 같은 외국인 장기기증 사례는 드물다. 최근 5년간 외국인 뇌사 장기기증자는 매년 7~8명 수준으로 전체의 약 2%에 불과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땅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면서도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서 숭고한 결단을 내리는 데는 내국인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떠난 뒤 아내 박 씨는 중국에 있는 딸에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18년 전 함께 건너온 길을 이제는 남편의 온기를 4명의 생명에 남겨둔 채 홀로 되돌아가게 됐다.
박 씨는 “하늘나라에서도 늘 그랬듯이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지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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