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최강’? 고꾸라진 미국야구…베네수엘라 WBC 우승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3-18 13:06
입력 2026-03-18 12:28
‘우주최강’이라며 최고의 라인업을 자랑하던 미국 야구 대표팀이 월드클래식베이스볼(WBC)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진짜 주인공은 첫 4강에 오르는 데 이어 미국까지 꺾으며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킨 베네수엘라였다.
베네수엘라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대회 결승 미국과의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베네수엘라는 2회초 선두타자 살바도르 페레스가 안타를 치고 1사 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볼넷을 골라 나갔다. 이어 미국 선발 맥린의 폭투로 2, 3루 상황에서 마이켈 가르시아가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페레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선취점을 올렸다. 여기에 5회초 선두타자 윌리어 아브레유가 맥린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때려 2-0으로 달아났다.
베네수엘라의 투수진은 미국을 꽁꽁 틀어막았다. 선발 로드리게스는 5회말 1사까지 호투를 펼쳤다. 미국은 8회말 2사에서 바비 위트 주니어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브라이스 하퍼가 투수 안드레스 마차도를 상대로 동점 2점 홈런을 뽑아내며 따라붙었다.
분위기가 급격히 미국 쪽으로 넘어가는 듯했지만, 베네수엘라는 침착하게 맞서며 점수를 더했다. 8회초 선두타자 루이스 아라에스가 볼넷을 골라 나갔고, 대주자 하비에르 사노하의 도루로 기회를 잡았다. 이어 에우헤니오 수아레스가 좌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려 1점을 더해 다시 3-2로 달아났다.
9회말에는 이번 WBC에서 4번의 마무리를 지었던 다니엘 팔렌시아가 마운드에 올라 카일 슈와버를 삼진으로, 대타 거너 헨더슨을 내야 뜬공, 그리고 앤서니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마지막 타자를 앞두고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포수가 팔렌시아를 진정시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더그아웃에서는 선수들이 베네수엘라 국기를 미리 꺼내들고 대기했다. 결국 우승이 확정되자 일제히 뛰쳐나가 기쁨을 만끽했다. 팔렌시아는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면서 감격하는 모습이었고, 동료들이 나와 얼싸안았다.
이로써 베네수엘라는 8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국인 일본을 꺾은 데 이어 미국마저 꺾으면서 화려한 우승을 차지했다. 천문학적인 연봉의 선수진을 자랑하면서 일본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국으로 꼽혔던 미국은 이번 WBC 내내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에 지고, 이탈리아 덕분에 겨우 4강에 오르는 과정은 ‘우주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특히 이번 결승전은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열린 경기여서 의미가 더 컸다. 이른바 ‘마두로 매치’로 불린 이날 경기에서 베네수엘라는 미국 홈그라운드에 국기를 꽂았다. 전날 베네수엘라가 결승에 오르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어에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건 어떻냐’는 도발적인 글까지 올린 트럼프의 볼썽사나운 언행까지 얹혀져 미국은 체면을 더 구겼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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