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흙 나르고 소나무 심어 만든 언덕인데… 해안사구가 파헤쳐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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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1-20 09:04
입력 2026-01-20 09:04

이호동 서마을회, 마을 방파제같은 수호신 ‘해안사구’ 원상복구 촉구
지난달말 건축공사… 주민들 사구 훼손 파악 반발에 공사 일단 중단
제주시 측 “현장실사 두차례 불구 “당시 단순 석축 판단” 과실 인정
“사구보존가치·허가 취소 여부 등 변호사 자문 통해 검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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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심내 유일한 해안사구인 이호해안사구가 파헤쳐져 무너져 내려앉아 았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제주시 도심내 유일한 해안사구인 이호해안사구가 파헤쳐져 무너져 내려앉아 았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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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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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3월 이호마을 청년회와 부인회에서 ‘섯동산’으로 불리는 모래언덕에 아카시아나무를 심고 있다. 사진출처 이호 마을지.
1972년 3월 이호마을 청년회와 부인회에서 ‘섯동산’으로 불리는 모래언덕에 아카시아나무를 심고 있다. 사진출처 이호 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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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심에 남은 마지막 해안사구인 이호 해안사구가 개발 공사로 훼손됐으며 파헤쳐지고 잘려나간 나무들이 옆에 쌓여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제주시 도심에 남은 마지막 해안사구인 이호 해안사구가 개발 공사로 훼손됐으며 파헤쳐지고 잘려나간 나무들이 옆에 쌓여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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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1동 서마을 주민들은 지난 8일 제주도의회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안사구의 원상 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이호1동 서마을 주민들은 지난 8일 제주도의회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안사구의 원상 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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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이호1동 서마읋회장이 김완근(왼쪽) 제주시장에게 이호 해안사구 원상복구를 결의한 주민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호일동 해안사구 지킴이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김상철 이호1동 서마읋회장이 김완근(왼쪽) 제주시장에게 이호 해안사구 원상복구를 결의한 주민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호일동 해안사구 지킴이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북서풍이 불면 빨래도 널지 못하던 곳인데 주민들이 망태기를 등에 메고 흙을 나르고 소나무를 심어 바람을 막는 언덕을 만들었수다.”(고광원 이호1동 서마을 노인회 사무국장)

제주시 도심에 남은 마지막 해안사구인 이호 해안사구가 개발 공사로 훼손되며 무너져 내려앉아 논란이다. 이호1동 서마을 주민들은 지난 8일 제주도의회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와 관계 당국에 건축 허가 취소와 사구의 원상 복구 등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호 해안사구는 이호해수욕장 모래가 강한 북서풍에 날려 육지에 쌓이며 형성된 자연 방파제다.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사구를 방파제 삼아 집을 짓고 밭을 일궜다. 특히 섯동산 일대는 1970년대부터 마을 사람들이 석축을 쌓고 둔덕 위 모래를 다지고 해송과 아카시아를 심어 관리해 온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인근에서 3층 상가 건축 공사가 시작되며 모래 언덕이 깎이고 소나무 여러 그루가 제거됐다. 해당 토지는 공매를 거쳐 개인 소유로 넘어간 뒤 건축 허가가 났다. 주민들은 기자회견에서 “안일한 행정이 마을의 자연 자산을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영숙 이호1동 서마을회 부녀회장은 “해풍을 막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깃든 곳이 파괴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공사 시작 이튿날인 1월 1일 사구가 무너지는 걸 인지해 이의를 제기했고, 공사를 중단시켰다”고 전했다.

송광우 백포경로당 회장은 “375-41번지를 우리는 섯동산이라 불렀고, 1대 청년회장으로서 마을 어르신들과 청년들과 함께 심은 소나무였다”며 “대략 50년이상 수령이 되는 소나무가 절취되고 사구가 무너져서 너무나 비통한 마음”이라고 했다.

인근에 사는 주민 현반길 씨는 “요 며칠 날씨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부는데, 모래둔덕이 반으로 잘려 나가서, 바람과 모래에 의한 피해가 말도 못한다”며 “공사를 멈추고 원상태로 복구할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환경단체 반발도 이어졌다. 제주자연의벗은 성명을 내고 “이호 해안사구는 환경부가 지정한 공식 해안사구이자, 제주시 도심에 남은 유일한 해안사구”라며 “그럼에도 절대보전지역으로 충분히 묶이지 않아 개발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제주시 측은 과실을 인정했다. 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허가를 내기 전에 현장을 두 차례 확인했으나 당시 사구가 아닌 단순 석축으로 판단했다”고 실수를 인정한 뒤 “보존 가치와 허가 취소 가능 여부 등을 변호사 자문을 통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호일동 해안사구 지킴이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이호 해안사구 파괴 중단과 원상복구를 촉구 내용의 주민 서명을 제주시장에 직접 전달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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