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의 씨앗’에서 비구니 최고 리더십까지… 묘엄 스님 평전 나왔다

손원천 기자
수정 2025-12-21 23:47
입력 2025-12-21 23:47
가장 존경받는 한국 비구니 가운데 한 명인 묘엄 스님(1932∼2011)의 삶을 되짚은 ‘묘엄 평전’(조계종출판사)이 최근 출간됐다. 묘엄의 상좌였고 현 비구니 승가의 요람인 경기 수원시 봉녕사 주지 진상 스님이 간행위원회를 꾸려 3년간 자료조사를 벌였고, 이를 박원자 글작가가 집필했다. 소설처럼 쓰인 덕에 636쪽에 달하는 ‘벽돌책’이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묘엄은 ‘한국 불교 최초의 비구니 율사(불교 계율에 정통한 승려)’다. 숱한 난관을 헤치고 한국의 비구니 교육과 계율 제도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철 스님을 비롯해 한국불교 계율의 중흥조 자운 스님 등 고승들한테 사사했는데, 그 배경에는 속가 아버지인 청담 스님이 있다.
청담은 조계종의 초대 총무원장 등 총무원장과 종정을 각각 두 번 역임한 당대의 선지식이었는데, 경남 진주시 인근을 지날 때 노모가 찾아가 대를 이어달라며 눈물로 애원했다. 이 때 인연으로 태어난 이가 청담이 ‘파계의 씨’라 했던 ‘인순’, 묘엄이다.
1945년 봄, 엄마가 인순에게 편지 한 통을 쥐여주며 경북 문경의 대승사에 다녀오라고 보낸다. 편지엔 “(청담) 스님이 잘 가르쳐서 출가시켰으면 한다”고 적었다. 편지를 읽은 청담 스님은 친하게 지내던 성철에게 인순을 맡겼다. 묘엄이란 법호도 성철이 지어줬다.
묘엄이 평생 입에 담은 말은 ‘마음공부’라고 한다. 수많은 고승대덕들이 알려준, 그러나 범부들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와닿지 않는 화두, ‘부처는 내 안에 있다’와 맥이 통하는 유훈이다. ‘묘엄 평전’ 봉정식은 오는 26일 경기 수원 봉녕사에서 ‘묘엄스님 14주기 추모 다례재’와 함께 봉행된다.
손원천 선임기자
2025-12-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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