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벌초/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수정 2021-09-09 02:04
입력 2021-09-08 20:36
지난 토요일 벌초 대신 남의 산소에 갔다. 내가 사는 파주에서 멀지 않은 연천으로 드라이브 삼아 나섰다. 무덤 주인은 임진왜란 당시 의미 있는 전공(戰功)을 올린 인물이다. 묘역을 알리는 표지판은 잘 정비돼 있지만 무덤으로 오르는 길은 잡초가 키높이로 자라 있었다. 웬만하면 풀숲을 헤쳐 보겠지만 길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아쉬웠지만 돌아섰다.
일요일 만난 친구에게 허탕 친 이야기를 했더니 “지자체 문화재 부서에 전화라도 걸어 알려 주지 그랬어”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직 벌초 못한 우리집 산소도 비슷한 지경이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남의 무덤 관리 잘하라고 전화했다면 속된 말로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인생 도처에 참 해야 할 일도 많고, 반성해야 할 일도 많구나 싶다.
서동철 논설위원 sol@seoul.co.kr
2021-09-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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