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학 따라잡기] 암호와 동위원소
수정 2020-07-07 02:09
입력 2020-07-06 20:14
원자력과 정보보호
하지만 컴퓨터 암호 체계에는 심각한 약점이 존재한다. 간첩이 들키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난수표를 사용하듯 컴퓨터도 암호를 만들기 위해 난수에 의존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 값을 내도록 만들어진 디지털 컴퓨터는 진정한 난수를 만들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칫하면 수백년이 걸려야 해독할 수 있다는 암호도 순식간에 뚫릴 수 있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물리적인 현상을 이용해 진정한 난수를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많이 연구되는 방법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계산 가능하지만 그 확률 내에서 사건 자체는 무작위로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방사성 동위원소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은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 확률로 붕괴하지만 실제로 붕괴할지는 철저히 무작위다. 이처럼 양자역학을 이용하는 진성 난수 발생기가 보편화되면 우리도 조금은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기껏 기억하기 어려운 비밀번호를 만들어 놓고 모니터 옆에 붙여 놓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2020-07-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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