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행정처 “민변 출신 진보 대법관 막아야” 靑 설득 사활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수정 2018-06-06 00:46
입력 2018-06-06 00:44

‘사법행정권 남용’ 98건 주요 내용

상고법원 도입 위해 “靑에 임명권”
반대 판사 재산·친인척관계 사찰
‘전교조 효력정지’ 결정 득실 따져
“대법원 이득 최대화 시점에 판결”
통진당 소송 결론 미리 뺀 정황도
이미지 확대
법원행정처가 5일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에는 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를 집요하게 설득하는 방안이 자세히 담겨 있다. 행정처는 진보 인사가 대법원에 입성할 수 있다는 논리로 청와대를 압박하는가 하면 상고법원 판사 임명권을 주겠다며 청와대를 설득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행정처는 2015년 6월부터 11월 사이에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청와대와 법원 내부 설득 문건을 8건 작성했다. 2015년 8월 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단독 면담 사흘 전에 작성된 ‘VIP(대통령) 보고서’에는 상고제도 개선의 필요성 및 시급성에 대한 부분이 언급됐다. 행정처는 상고허가제나 대법관 증원 등 대안도 언급했다. 대법관 증원의 경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진보 세력 배후에서 대법관 증원론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면서 “상고법원 도입이 좌초되면 대법관 증원론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진보 인사가) 최고법원 입성을 시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면담 한 달 후에 작성한 ‘BH(청와대)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문건에는 상고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과정에 청와대 의중을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청와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상고법원 판사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청와대가 적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법관에 대한 동향 파악 문건도 있다. 코트넷(법원 내부망)에 상고법원 반대 글을 올린 차성안 판사에 대해서는 재산 변동 내역, 친인척 관계 등을 검토해 상부에 보고했다. ‘문제 법관에 대한 시그널링 및 감독 방안’ 문건에는 판사들의 근무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판사들의 인터넷 사용시간, 판결문 작성 투입 시간, 판결문 개수와 분량, 증인과 기일의 수 등을 빅데이터로 활용하려는 방안도 나온다.

행정처는 전교조 효력 정지 결정 판결 시점을 두고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졌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를 보면 행정처는 “대법원의 이득을 최대화할 시점에 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처는 “청와대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두고 둘 중 어느 기관이 어려운 국정 현안에 조력하는지에 따라 양 기관을 평가할 것”이라며 헌재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진행된 관련 사건의 1심 재판에 대해서는 재판부를 접촉해 미리 선고 결과를 파악하기도 했다. ‘통진당 비례대표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문건에는 행정처 간부가 재판장을 접촉한 뒤 청구 인용을 예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문건에는 ‘재판장의 잠정적 심증 확인’이라는 문구와 ‘사법지원총괄심의관-연수원 동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 심모 전 부장판사가 연수원 동기인 재판장 방모 부장판사에게 접촉해 재판 결과를 예측했다는 의미다. 둘은 사법연수원 28기로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8-06-06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