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부끄러운 가정의 달/김균미 수석논설위원
김균미 기자
수정 2018-05-08 23:08
입력 2018-05-08 22:32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3만 4221건, 이 중 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2만 1524건이다. 2016년과 비교해 신고 건수는 15.3%, 학대 건수는 15.1%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학대로 숨진 아동은 31명이나 됐다. 아동 학대 가해자 10명 중 약 8명(77.2%)이 친부모라는 통계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렇다 보니 아동 학대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도 가정집이다. 학대 동기를 보면 양육방법 이해 부족이 36.2%로 가장 많고, 사회·경제적 스트레스(18.8%), 부부갈등(9.7%) 순이었다. 부모에 의한 훈계와 학대의 경계를 놓고도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실정이다. 부모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보다는 자신의 소유물로 보고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노인 학대도 하나 나을 게 없다. 경제적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것도 걱정이다. 어떻게 감히 부모한테 폭력을 휘두를 수 있을까 싶지만 통계를 보면 친자식에 의한 부모 학대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6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16년 전국 29개 지역 노인 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1만 2009건이었다. 이 중 노인 학대로 인정된 건수는 35.6%인 4280건이다. 2015년보다 12.1% 늘었다. 학대 가해자는 아들이 37.3%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20.5%, 딸이 10.2%로, 가족이 68%나 됐다.
아동과 노인 학대 통계는 무너진 가족 공동체의 현주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최근 국내 초·중·고교생 57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단 13분(평일 기준)에 그쳤다. 아동·노인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와는 별개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2018-05-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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