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독립 선언 여부 16일까지 밝혀라” 카탈루냐에 최후통첩
오세진 기자
수정 2017-10-12 09:03
입력 2017-10-12 09:03
스페인 정부 관리들은 라호이 총리가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게 오는 16일까지 독립선언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제시해 달라면서 5일간의 시한을 제시했다고 AFP에 전했다. 전날 “독립을 선포할 권한을 투표로 위임받았지만, 독립 선언 절차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에게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최후 경고’를 한 셈이다.
총리는 이날 직접 헌법 155조 발동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맥락상 이 조항 발동의 전제 조건 충족을 위해 카탈루냐에 독립 선언 여부를 명확히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페인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고 중앙정부에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 조항의 발동을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각료회의를 거쳐 자치정부에 ‘최후 경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스페인 정부가 헌법 155조에 근거해 카탈루냐를 상대로 쓸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자치권의 일부 또는 전면 몰수, 자치정부와 의회 해산 후 지방선거 실시, 자치경찰 무장해제 등 대부분 매우 강경한 조치들이다.
중앙정부의 ‘최후 경고’에도 자치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중앙정부는 상원에 헌법 155조 발동안을 제출할 수 있으며, 상원이 이 안을 통과시키면 총리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합법적으로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스페인이 이런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카탈루냐와 정면 충돌하거나 최악의 경우 유혈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어 스페인 정부로서도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라호이 총리는 생방송 담화에 이어 의회에 출석해 질의 답변 과정에서 “민주주의 법규와 불복종 및 불법 사이에 중재가 가능한 여지는 없다”면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추진에 대해 “동화 같은 얘기”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아울러 “(독립은) 평화롭지도 자유롭지도 않으며, 유럽연합(EU)이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모두가 (독립이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리라는 것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