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방위비 추가 부담 첫 희생양은 피해야
수정 2017-02-09 01:00
입력 2017-02-08 18:08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방위비를 더 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사실은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음을 의미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방한 당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발언으로 조만간 공론화될 가능성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데 공정한 몫의 돈을 안 내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해마다 분담금을 늘려 온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굉장히 센 압박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얼마를 요구할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이나 독일보다 안보의 약점을 더 안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살계경후(殺鷄警?)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경고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살계경후’란 ‘닭을 죽여 원숭이한테 경고한다’는 뜻으로, 일본과 독일을 압박하기에 앞서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곧 닥쳐올 파도에 대비해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와 나토는 다르다. 지난해 기준으로 나토 예산 9183억 달러 중 72%인 6641억 달러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에 육박하는 9441억원을 지난해 냈다. 또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2.4%로 나토 주요 회원국보다 훨씬 높다. 세계 최대 미국 무기 수입국이라는 점도 부각돼야 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여년간 우리는 미국에서 36조 360억원어치의 무기를 사들였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은 동북아에서 순망치한의 관계라는 점이다. 커 가는 북핵 위협과 사사건건 미·중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 공조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양국은 한·미 동맹이 금가지 않도록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현명히 다뤄야 한다.
2017-02-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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