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남성 ‘일-가정 양립’ 어려울수록 우울감 높아
수정 2016-04-17 10:17
입력 2016-04-17 10:17
직장·집 모두 잘하자 ‘압박’이 자아존중감 낮춰“남성 전통적 성역할 벗어나야”
직장과 집에서 모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직장 여성뿐 아니라 직장 남성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남성의 일-가정 양립을 도울 정책 마련에 나서고 남성 스스로도 전통적 성 역할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건사회연구 4월호에 실린 ‘성인기와 노년기별 기혼남성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어려움과 우울, 자아존중감의 관계’ 보고서(김혜영 고려대 교수 등)에 따르면 직장 남성이 일-가정 양립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클수록 자아존중감은 낮았고 우울감은 높았다.
한국복지패널 9차년도(2014년) 조사에 참여한 3천189명 기혼 직장 남성의 일가정-양립에 대한 어려움(3개 문항), 자아 존중감(9개 문항), 우울감(11개 문항)에 대한 자기 평가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이 중 일가정-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정도는 ▲ 가정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가 어렵다 ▲ 가족에 대한 책임 때문에 직장에서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등 3개 항목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성인기(26∼59세)와 노년기(60∼93세)로 나눠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성인기의 경우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클수록 우울감이 통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고 느낄수록 자아존중감이 낮았고, 또한 자아존중감이 낮을수록 우울감은 커졌다.
노년기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크다고 해서 곧바로 우울감이 크지는 않았다. 다만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크다고 느끼는 응답자가 자아 존중감이 낮다면 이를 매개로 우울감도 커지는 식의 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다.
보고서는 “일-가정 양립 스트레스를 느끼는 노년기 남성은 낮은 자아존중감을 매개로 해서 우울감이 높아지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양육과 일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우울감이 커지는 것은 달라진 성 역할에 대한 부담을 갖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직접 양육 부담은 없지만, 과거와 달리 아내가 하던 가정일을 같이 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울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육아기 맞벌이 남성들은 경제적 불안과 과도한 스트레스, 잦은 회식 등으로 인해 아버지의 역할 수행을 어려워한다”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더욱 활발한 정책적·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와 함께 남성 또한 전통적인 성 역할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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