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보호 판결” “과거 세탁 악용”… ‘잊힐 권리’ 온라인상 뜨거운 논란
수정 2014-05-15 00:00
입력 2014-05-15 00:00
유럽 최고법원 “구글, 당사자 원하면 기록 삭제해야” 첫 인정
유럽연합(EU) 내 최고 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3일(현지시간) 내놓은 판결문에서 “(게시될 당시의 목적과는 다르게) 부적절하거나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개인 정보에 대해 정보 당사자가 구글을 상대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글 사용자는 자신의 이름 등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뉴스나 판결문, 문서 등을 지워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소송을 거쳐야 가능했다. 판결은 EU 28개국 5억명의 주민에게 적용된다. 향후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인터넷 검색기업 모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2011년 스페인의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하 곤살레스가 낸 소송에서 비롯됐다. 그는 자신의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1998년 신문 기사가 여전히 구글 검색에 나오자 스페인 정보보호원에 삭제를 요구했고 이후 스페인 법원이 ECJ에 이 사건에 대한 해석을 의뢰하면서 이번 판결이 나왔다. 곤살레스는 “공공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존엄과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싸운 것”이라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인터넷 개인 권리’의 저자 폴 버넬은 “이번 판결은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검색엔진의 비즈니스 모델과 표현의 자유보다 더 우선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판결에 반발하는 목소리 역시 거세다. 오래된 아동 성범죄 기록이나 사기 전과 등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정보를 없애 버리는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잊힐 권리’가 힘 있는 자들이 ‘과거를 덮는 권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고객의 삭제 요구로 인해 검색엔진 회사의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이 치솟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준도 모호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법원은 개인의 정보 보호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 사이의 균형이 있어야 한다고 적시했지만 그 균형이 어느 선인지는 규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구글 측은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4-05-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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