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현장] 주한 日총괄공사 정보통 가고 지한파 오는데…한·일 관계 개선 시그널?
수정 2014-02-07 00:38
입력 2014-02-07 00:00
이런 구라이 총괄공사가 지난 5일 주러시아 공사로 이동하면서 한국을 떠났다. 2012년 3월 한국에 부임한 지 2년여 만이다.
그는 사실 러시아에서 오래 근무해 왔고 일본 외무성 내에선 ‘정보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한국어도 잘하지 못하는 그가 한국에 부임한 것과 관련해 2012년 6월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주 임무였다는 풍문도 돌았다. 그 자신에게도 불행한 시기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그의 한국 체류 기간 동안 한·일 관계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났고 양국 기류도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달 말 벳쇼 대사의 관저에서 열린 구라이 총괄공사의 환송 만찬 때다. 그 자리에는 양국 외교관들이 참석했지만 내내 술잔만 주거니 받거니 했을 뿐 한·일 관계나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거의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환송연에서 얼굴 붉힐 일은 서로 하지 말자는 이심전심이었을까.
역사 왜곡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아베 총리의 도발로 한국과 일본의 고위급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양국에 주재하는 외교 채널 간에도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 주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구라이 총괄공사의 후임으로 6일 임명된 미치가미 히사시 현 주한 일본문화원장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미치가미 신임 총괄공사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한국 문화에도 밝은 일본 외무성 내 ‘서울 스쿨’ 인맥이다. 한국에서만 세 번째 근무해 지한파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일본문화원장인 그를 총괄공사로 내세운 것을 한국에 대한 관계 개선 의지의 시그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야심은 바뀌지 않겠지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4-02-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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