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챙이 철갑판’ 무장한 中불법어선 해·공 합동진압… 밤낮 없는 전쟁터
수정 2013-10-18 00:00
입력 2013-10-18 00:00
전남 신안 EEZ 불법조업 단속 현장 ‘1박 2일’ 르포
지난 16일 오후 4시 30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북서 34마일(63㎞) 해상. 전남 목포해경 소속 3009호 경비함(3000t급)의 레이더망에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조업 중인 중국 선단이 포착됐다. 경비함은 최대 속도를 올렸다. 주변에서 활동 중인 해경의 다른 편대도 정보를 교환하며 추적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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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카모프 헬기가 하강풍을 쏘며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저지하는 모습.
연합뉴스 -
17일 오전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북서방 44마일(EEZ 내측 8마일)해역에서 서해해경청 목포해경 경비정이 서치라이트를 켜고 불법조업이 의심되는 중국어선을 단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진은 이날 해경이 불법조업중인 중국어선 검거에 나서자 선원들이 날카로운 장치가 설치된 철갑판을 선박에 설치하는 모습.
연합뉴스 -
사진은 이날 목포해경 3009함과 서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카모프 헬기가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저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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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날 목포해경 소속 특수기동대가 탑승한 고속단정이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뒤쫓아 탑승하는 모습
연합뉴스 -
사진은 이날 목포해경 소속 특수기동대가 탑승한 고속단정이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뒤쫓아 탑승을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
사진은 이날 해경이 불법조업중인 중국어선 검거에 나서자 선원들이 날카로운 장치가 설치된 철갑판을 선박에 설치하는 모습.
연합뉴스 -
사진은 이날 목포해경 3009함과 서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카모프 헬기가 하강풍을 쏘며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저지하는 모습.
연합뉴스 -
17일 오전 해경 특수기동대가 나포한 노영어 중국어선이 저인망 조업으로 잡은 삼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사진은 이날 목포해경 3009함과 서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카모프 헬기가 하강풍을 쏘며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저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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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날 목포해경 3009함, 특수기동대가 탑승한 고속단정이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뒤쫓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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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날 목포해경 3009함, 서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카모프 헬기가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뒤쫓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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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날 목포해경 3009함과 서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카모프 헬기가 하강풍을 쏘며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저지하는 모습.
연합뉴스 -
이날 목포해경 3009함과 서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카모프 헬기가 하강풍을 쏘며 도주하는 중국어선을 저지하는 모습.
연합뉴스 -
10월 성어기를 맞아 해양경찰청이 불법조업어선 특별단속에 나선 가운데 지난 16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북서방 52㎞ 해역에서 목포해양경찰서와 서해해경청 항공대 소속 카모프 헬기가 불법조업을 하다 달아나는 중국어선을 뒤쫓고 있다. 한 중국 어선의 선원들이 특공대원 승선을 막기 위해 날카로운 장치를 단 철갑판을 설치하고 있다(아래).
신안 연합뉴스
어선들은 단속팀이 다가오자 조업을 멈추고 떼 지어 중국 방향인 서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신호음으로 10여 차례 이어진 정선 명령도 무시했다. 경비함에 대기 중이던 선박 추적 및 검색팀이 2개의 고속단정(리브)에 나눠 타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선원들의 격렬한 저항에 대비해 헬멧, 고무탄 발사기, 전자충격기, 권총, 채증 카메라 등 각종 장비를 갖췄다. 3m 높이의 거센 물살을 가르며 떼 지어 달아나는 중국어선에 접근했으나 번번이 등선에 실패했다. 어선들이 배의 좌우현에 1m 높이의 철갑판을 두른 탓이다. 철갑판 위쪽은 뾰족한 쇠붙이가 촘촘히 박혀 있다.
정안철 경사(검색2팀장)는 “이들은 처음엔 선체를 한데 묶는 ‘연환계’로 대응하려다가 합동 단속팀의 규모에 놀라 각기 도주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이번에 적발된 ‘철갑 어선’은 서남해 해상에서는 처음 발견된 케이스”라고 말했다.
높은 파도 등으로 추격전이 길어지자 인근 해역인 군산·태안 등의 다른 편대도 합세했다. 합동 단속팀은 도주하는 어선을 동서남북 방향에서 ‘토끼몰이식’으로 쫓았다. 그러나 끝내 정선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급기야 100m 거리까지 접근한 모선 3009호는 대형 물대포를 발사했다. 인근 상공에서 나타난 카모프·펜더 등 헬기 2대가 중국 선단 10~20m 상공을 선회하며 강력한 하강 바람을 일으켜 도주로를 봉쇄했다. 이어 최루탄과 연막탄이 어선들에 투척됐다. 어선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3개 단속 편대에서 내린 6개 단속팀원들이 신속하게 배에 올라타 선장과 기관장 등을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대원 한명이 어깨골절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망망대해에서 벌어진 양측의 공방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해·공 협공이 이어지면서 선원들은 더 이상 저항을 포기했다. 300~3000t급 경비함 6척이 동원됐고, 모두 6척의 무허가 중국어선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5~6척의 선박은 EEZ 경계선 밖으로 쫓겨났다. 1시간 남짓 숨막히게 펼쳐진 추격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어 17일 새벽 4시쯤 모선 3009호 경비함에서 단속팀 출동 준비를 알리는 긴급방송이 흘러나왔다. 신안군 가거도 서북쪽 44마일(82㎞)에서 중국 쌍타망(쌍끌이 저인망) 어선 2척이 레이더망에 걸린 것. 모선 조타실은 야간 적외선 열상카메라를 따라 조업 중인 어선 1㎞ 전방까지 접근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치라이트가 목표물에 고정되자 중무장한 단속팀원들이 고속단정을 이용, 189t급 노영호 2척을 EEZ 내측 8마일(15㎞) 지점에서 붙잡았다. 각각 16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으나 별 저항은 없었다. 팀원들은 저인망을 끌어올려 그물코 크기 등 한·중 양국 간 어업협정에 따른 수역 내 어업제한 조건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이날 무허가 조업하던 중국 어선 6척 등 모두 8척을 검거했다. 선장 차이푸쭈(48) 등 10여명을 EEZ어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붙잡았고, 나포한 어선을 목포항으로 압송했다. 이들 어선이 무허가 조업으로 적발되면 1억~1억 5000만원의 담보금을 물어야 한다. 나머지는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양국 정부가 공동 발행하는 허가장, 허가표지판, 조업일지, 선원명부, 국적증서 등을 부착 또는 비치해야 한다.
목포해경이 9월 현재 검거한 무허가 중국 어선은 85척으로, 이 가운데 76척에 46억여원의 담보금을 물렸다.또 단속에 물리력으로 저항하던 선원 등 33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은 “저항하는 어선은 초기에 강력히 진압하는 쪽으로 단속 방식을 바꿔 우리나라의 공권력과 해양주권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안 서남해상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3-10-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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