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개방형 직위제 비판 언제 면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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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3-10-10 00:00
입력 2013-10-10 00:00
민간에 공직의 문호를 개방하는 개방형 직위제가 실질적으로 운영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방형 직위로 지정된 전체 직위 가운데 실제로 외부 민간인을 임용한 비율은 올해 6월 기준 26.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민간인 채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감사관은 128개 기관 중 9.9%인 단 12명만이 외부 인사로 채워져 가장 폐쇄적이었다. 개방형 직위제의 파행적인 운영은 해마다 국정감사 때가 되면 단골손님처럼 의원들의 지적사항으로 등장해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그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슬며시 수면 밑으로 들어가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방형 직위제는 소위 ‘철밥통’ 소리를 들을 만큼 타성에 젖은 공직사회에 외부의 피를 수혈해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다. 하지만, 법제화하는 등의 강력한 규정이 없고 배타적인 공직사회의 자기방어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력 있는 공무원 출신이 민간인과 경쟁해 채용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상당수의 전직 또는 현직 공무원을 개방형 직위에 임명하는 관행이 고착됐다. 그러다 보니 제도의 본래 취지는 무색해지고 공무원의 내부 승진이나 돌려막기 인사, 재취업의 통로로 악용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비 창구로 이용되는 공직자의 재취업을 줄이고 민간전문가의 공직 진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문은 눈길을 끈다.

공직의 개방성을 높이려면 몇 가지 짚어볼 점이 있다. 우선 우수한 민간자원을 영입할 여건을 갖춰야 한다. 5년 계약직인 개방형 직위는 신분의 안정성이 높다고 할 수 없고 임금 또한 민간 분야보다 박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우수한 자원에 걸맞은 임금과 충분한 신분보장책을 제공해야 한다. 민간인 채용을 강제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엊그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공무원법 등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개방형 직위에 민간인이 일정 비율 이상 반드시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과장급 공모직위’ 개선안도 기대가 크다. 개방형 직위 공모 때 적격자가 없으면 공무원을 임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채용 전문기관 등을 통해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니 두고 볼 일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미꾸라지들 사이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의 활동력이 높아져서 고기 맛이 좋아진다는 ‘메기 효과론’도 있다. 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공직의 개방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평균에 못 미쳐 전체 17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직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직 개방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2013-10-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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