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수능… 3000개 대입 전형 더 꼬아놨다”
수정 2012-12-12 00:40
입력 2012-12-12 00:00
교사들 정확한 난이도 차이 몰라 수업 진행에 혼란
11일 일선 학교현장을 취재한 결과 A형과 B형 사이에 난이도 차이를 가늠할 수 없는 데다 대학마다 다른 가산점 제도를 들고 나오면서 예비 수험생들은 어떤 기준에 맞춰 수능에 대비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교사들의 진학지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진학지도 교사와 학부모들은 “전형이 3000여개에 달하는 등 가뜩이나 복잡한 대입 전형을 더 꼬아 놨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지역 여고 A(59) 교감은 “당장 내년 새학기부터 학생들이 각자 선택한 난이도에 맞게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정확한 난이도 차이도 알 수 없고, 학생들이 아직 A형과 B형 중 하나를 선택한 상태가 아니어서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A형반, B형반을 만든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르쳐야 할지, 또 학생들이 A형반에 오려고 할지 등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시험문제 예시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크다. ‘A형은 쉽고 B형은 현재 수능 수준’과 같이 대략적인 난이도만 나왔을 뿐 실제 A형이 B형에 비해 얼마나 쉬운지 등의 정보는 아직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수험생이 일단 B형에 맞춰 공부하므로 수능 준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던 선택형 수능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등학교 2학년인 최모(18)군은 “주변 친구들이나 학교 선생님들도 다 일단 B형에 맞춰 공부하라고 한다.”면서 “웬만큼 공부하는 학생들이 다 B형으로 몰리면 경쟁이 훨씬 치열해지고 학원에 더 많이 다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반영 유형과 가산점을 발표한 대학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한 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는 “현재 발표한 가산점은 수험생들의 실제 점수를 두고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B형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대략적인 가산점 비율만 밝혔을 뿐 가산점을 백분위에 부여할지,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부여할지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2014학년도 수능을 가늠할 수 있는 내년 6월 첫 모의평가가 실시되기 이전까지 학생과 교사, 대학까지도 고민을 거듭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 고교의 진학상담교사 B(37·여)씨는“어차피 학생들은 지원하려는 대학이 지정한 유형을 따를 수밖에 없고 현재 발표한 가산점 비율은 내년 초에 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으로서는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라고 지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12-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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