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하우스푸어 대책 뒤집어 보기/오승호 논설위원
수정 2012-08-18 00:26
입력 2012-08-18 00:00
여건이 이런데도 정치권이 주택시장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계 자료를 하나 더 보자.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06년 12월에 비해 평균 19.9% 올랐다. 2006년 말은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어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때다. 부산 등 광역시는 평균 3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광주는 36.6%, 대전은 34.4%, 제주는 42.9%가 각각 올랐다. 반면 강남3구와 분당, 일산 등은 떨어졌다. 하락률은 강남 7.7%, 서초 2.6%, 송파 10.2%, 분당 17.9%, 용인 15.7%, 일산동구 13.8%, 일산서구 14.6% 등이다.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의 규제가 이어졌던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들이다. 지역 또는 계층 간 격차를 줄여 갈등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부동산 가격을 떠받쳐야 한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엊그제 하우스푸어 간담회를 갖는 등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태세다. 거래세를 일시 폐지하는 등 세제도 동원할 참이다. 생활비의 30% 이상을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등의 기준을 적용, 주택 보유자의 16.2%가 하우스푸어라는 분석이 있다. 주로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것 같다. 세금 부담을 없애 주택 거래가 살아나게 하고 가계 빚도 줄여 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 세금 혜택으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혹여 거래가 이뤄져도 매수자의 빚이 늘어나면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게 된다. 대책의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취득·등록세 세수는 14조 7971억원으로 전체 지방세의 27.5%를 차지한다. 지자체들은 무상보육 재원도 모자라 외상거래를 할 정도로 재정 형편이 어렵다. 복지 수요에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여건으로 미루어봐도 하우스푸어를 위해 양도소득세를 낮추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주택자가보유율은 63%이다. 서울은 50%가 집이 없다. 집을 사는 대신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 가격은 오름세다. 일자리 만들기, 자영업자 대책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는 것이 하우스푸어와 서민들을 돕는 진정한 길이 아닐까.
osh@seoul.co.kr
2012-08-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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