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에 휘청이는 정치권] ‘민생의 신발 끈’ 다시 매는 박근혜… 安風 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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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1-09-09 00:52
입력 2011-09-09 00:00

흔들리는 ‘얼음공주’… 나 떨고 있니

“표현이 부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8일 유감을 표명했다. 전날 방문했던 인천고용센터에서 ‘안철수 지지율’을 집요하게 묻는 기자에게 “병 걸리셨어요?”라고 말한 것이 파장을 계속 이어갈 조짐을 보이자 재빨리 대응한 것이다. 유감 표명으로 파장은 가라앉았지만, 웬만한 일에는 미동도 하지 않던 박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흔들렸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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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걸리셨어요?”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밝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8일 국회 본회의장을 뒷짐을 진 채 빠져나가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병 걸리셨어요?”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밝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8일 국회 본회의장을 뒷짐을 진 채 빠져나가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무엇이 박 전 대표를 흔들었을까? 물론 ‘안철수 돌풍’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년 간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 왔다. 하지만 불과 1주일 전에 등장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1대1 대결에서 다소 밀리는 상황이 됐다. 안 원장이 등장하기 이전에 박 전 대표는 야권의 누구와 맞붙어도 20% 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물론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여러 후보를 세워 놓고 지지의사를 묻는 단순 지지율 조사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표가 탄탄한 고정 지지층을 바탕으로 30%를 육박해 15% 안팎인 안 원장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하지만 대선은 결국 양자구도로 치러지고, 안 원장은 개인 지지층에 야당 지지층, 다른 야권후보들의 고정 지지층까지 흡수할 태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한나라당도 싫고, 이명박 대통령도 싫지만 야당에서 대안을 찾지 못해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무당파들이 안철수라는 새로운 대안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지율이라는 단순한 숫자보다 대선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민심의 요동이 박 전 대표에겐 더 위협적일 수도 있다. 전통적인 ‘여당 대 야당’, ‘진보 대 보수’의 틀이 ‘기성정치 대 탈정치’, ‘과거 대 미래’의 틀로 전환되면 박 전 대표는 ‘기성 정치인’이자 ‘과거 정치인’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이 파도를 어떻게 돌파할까?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 인사는 “파도에 맞서지 말고, 파도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 민심을 확인한 이상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도 ‘민생 정치’를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그는 이날 “가능한 한 현장에 자주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 미니홈피 등 온라인 공간을 빠져나와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 달 초쯤에는 현재의 의원회관 비서진을 확대하는 개념의 외부 사무실을 열어 대권행보를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에게 보다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립 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박 전 대표의 주변을 좀 더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로 채워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까지 해 온 선언적인 정책 발표를 넘어 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며 정책 실행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정치권 밖에 있는 안 원장의 신기루 같은 인기와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흔들리지 말고 가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6선의 홍사덕 의원은 “아침에 찬바람이 한 번 불었다고 빙하기가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제도 정치권에 대한 실망, 서민층의 분노, 중산층의 불안감을 이미 인식하고 그걸 해결하는 행보를 해 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바뀌어야 할 이유가 없고, 바뀌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1-09-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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