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전용도로망·신호등 완비… 유모차 단 엄마들 ‘쌩쌩’
수정 2011-06-09 00:50
입력 2011-06-09 00:00
‘두바퀴 천국’ 코펜하겐을 가다
세계 178개국 중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손꼽힌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모차를 앞에 달고 자전거로 끄는 아기 엄마들도 적잖다. 자전거 전용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면 서고, 파란불이 들어오면 다시 쌩쌩 달린다. 시속 20㎞쯤 된다.●그린 웨이브 등 고속도로까지 완비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가 수레()가 아니라 차(車)의 기능을 충분히 하도록 전용 신호등뿐 아니라 전용 도로망도 완비돼 있다. 어디를 가도 자동차 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 인도가 나란히 마련돼 있다.
코펜하겐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공부하는 유학생 권필성씨는 “코펜하겐 근교에서 아침마다 20~30㎞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숱하다.”며 “이들이 충분히 도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용도로망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말했다. 임동국 서울시 보행자전거과장은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는 400여㎞로 자전거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그린 웨이브’나 ‘그린 사이클 루트’ 등이 정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회에 따르면 그 결과 코펜하겐에서는 통근자의 33%가 자전거를 이용한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폭도 상당히 넓어서 2m 안팎이다. 권씨는 “자전거 수요를 늘리고자 현재 3~4m로 넓히는 공사가 한창”이라고 덧붙였다. 또 자동차 도로와 자전거 도로 사이엔 5㎝ 남짓한 층위가 존재한다. 자칫 자동차가 전용도로를 침범해도 운전자가 자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시 어디에서도 자전거를 볼 수 있고, 특히 광장 근처에는 수백대가 나란히 서 장관을 이룬다. 도난을 우려해 자전거를 잠가 놓지도 않는다.
●도로폭 2m 안팎… 확장공사 한창
덴마크가 이렇게 ‘자전거 천국’이 된 것은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적극 받아들인 결과이다. 덴마크는 1973~74년 1차 오일쇼크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인식하고, 화석연료의 대체재 개발에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가 풍력이다. 당시 베스타스(Vestas)와 같은 민간기업이 뛰어들어 정부에 자극을 주고 1976년 풍력발전기를 세워 전력망에 연결했다. 그 후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정책적 혜택을 주면서 박차를 가했다.
덴마크 전력 관련 공기업인 에너지넷DK 한스 모겐센 부사장은 “30여년 만에 덴마크는 전체 전력의 20%를 풍력발전을 통해 공급하게 됐고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이지만, 1970년대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했다.”면서 “덴마크는 전력공급에서 풍력발전의 비중을 2020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덴마크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는 아니지만 2020년까지 그린하우스 가스를 30% 감축할 것으로 자신한다.
●“자전거·차·사람 공존하는 교통문화”
녹색 성장을 꿈꾸는 대한민국 서울은 어떤가. 현재 서울의 자전거 교통분담률은 2% 남짓하다. 자동차 중심으로 형성된 도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상상하기 어렵다. 성북·노원·강북구와 같은 자치구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자전거 관련 사망사고도 2008년 29명, 2009년 45명으로 증가했다. 임 과장은 “코펜하겐과 사정이 다른 서울에 일률적으로 전용도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자전거와 자동차, 사람이 공존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코펜하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11-06-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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