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톡톡 다시 읽기] 단편집 ‘눌함’ 무엇을 담고자 했는가
수정 2011-01-31 00:00
입력 2011-01-31 00:00
긴 침묵의 터널을 지난 후… 그의 글은 ‘투쟁의 무기’였다
루쉰은 자신의 글이 이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절대적인 수단이나 목적이 아님을 알면서도 문학을 투쟁의 무기로 삼고, 글쓰기에 전 존재를 걸었다. 소설집의 제목 ‘눌함’은 ‘함성’이란 뜻이다. ‘삼국지’나 ‘수호지’에서 중앙으로 나와 싸움을 주고받는 무사를 향해 양진영의 병졸들이 깃발을 흔들고 소리를 내질러 응원하는 것을 ‘요기눌함’(揺旗吶咸)이라 한다. ‘눌함’은 바로 여기서 따온 말이다. 루쉰은 민중을 선동해 앞길을 제시하는 영웅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다만 투쟁하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글을 썼다. 이것이 지식인의 한계이지만, 또한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다. ‘눌함’이 나오기까지 루쉰은 이런 한계에 대한 철저한 자각의 시간을 통과해야 했던 것이다.
‘눌함’에 실린 작품들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아큐정전’이다. 아큐는 자각과 통찰 없이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간 인물의 전형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상황을 잘못 해석하고 함정에 빠져버리는 어리석은 인간이다. 그러나 소설은 이런 어리석은 아큐를 비판하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소설의 맨 마지막, 아큐가 처형당하는 장면을 구경하려고 모인 사람들에게서 아큐는 굶주린 식인의 시선을 본다.
“잔혹을 오락으로 삼고, 남의 고통을 구경하면서 위안”(‘수감록’)하는 자들이야말로 식인의 역사를 계승하는 무기력한 사람들이다! 광인이 본 식인의 잔혹사는 이렇게 ‘아큐정전’에서 반복된다.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2011-01-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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