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유웨이의 대동 세상은
수정 2010-05-03 00:36
입력 2010-05-03 00:00
몸에 나있는 털까지… 필요없는 것 제거하라 그래야 태평세이거늘
“대동세에는 험난한 지형을 모두 깎아 평탄한 길로 만든다. 예로부터 있어왔던 높은 산, 깊은 계곡, 단절된 사막과 너무 더운 지역, 재난이 있는 곳,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곳, 깊은 밀림, 독사와 맹수가 있는 곳, 야만인들이 서식하는 곳 등을 평정해서 평탄하게 만든다. 그리고는 이런 곳을 정리해서 주거지를 만들고, 터널을 뚫고 길을 내어 도시로 만들고, 마을끼리 서로 통하게 한다. (…) 이런 세상이 이른바 대동세이고, 태평세인 것이다.”
어떤가? 이 글을 읽고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뷔를 느끼지 않으셨는지? 그렇다. 모든 것을 뚫어버려 통하게 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운하를 개발해야 한다는 이들의 논리가 이와 유사하지 않은가? 소위 근대의 기획이 끝까지 가면 결국 도달하는 바가 이런 유토피아이다. 모든 것을 깎고, 뚫고, 통하게 하는 것. 그 속에서 어떤 다른 가치들도 살아남을 수 없다.
실제로 캉유웨이 역시 대동서에서 모든 필요 없는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몸에 나 있는 털들 역시 필요 없으니 밀어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정도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이런 일들이 단지 과거 어느 사상가의 망상이었다고 단언하지 말자. 이런 시대착오적 발상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2010-05-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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