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엄숙주의 옷 벗다
수정 2010-01-27 00:00
입력 2010-01-27 00:00
예를 들어 요즘에도 흔히 쓰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이란 경구는 ‘선의인’(鮮矣仁)이란 세 글자가 들어가야 완전해진다. 학이편 제3장에 나오는 말로 ‘낯빛을 곱게 하는 사람 치고 인자한 이가 드물다.’란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의인’이다. 문장대로라면 ‘인선의’(仁鮮矣)라 표현해야 옳다. 그런데 인(仁)과 선(鮮)의 순서를 뒤바꾼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저자는 공자가 ‘드물다.’를 강조하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 풀이한다. ‘저 녀석은 안돼.’보다 ‘안돼, 저 녀석은.’이라고 표현해 ‘없다’, 혹은 ‘드물다’ (鮮)에 중점을 두었다는 얘기다.
책은 이처럼 논어 전체의 자자구구에 대해 세세하고 몸에 와닿는 주석을 달아 놓았다. 당시 시대 상황 등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타이완 출신의 진순신(86)은 일본에서 활동하며 ‘중국 역사소설 장르를 확립한 인물’로 손꼽히는 작가. 고전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호방한 문장으로 정평이 난 그는 책을 통해 “엄숙주의의 덫에 갇혀 있던 논어를 해방시키기 위해 에세이를 쓴다는 자세를 견지했다.”며 “동양 최고의 고전을 통해 실제 삶의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0-01-2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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