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는 명퇴… 말리는 은행
수정 2009-12-25 12:00
입력 2009-12-25 12:00
2년치 급여+특별위로금지급 조건 좋아
“그렇게는 절대로 못 합니다.”
올해 한 시중은행 노사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진 대화 내용이다. 여기에서 A와 B는 각각 누구일까. 상식적으로 보면 명퇴를 요구하는 A가 사측이고, 반대하는 B가 노동조합일 것 같다. 하지만 반대다. 명퇴를 요구하는 쪽이 노조, 반대하는 쪽은 사측이다.
연말 은행권에 명퇴 바람이 불고 있다. 사측이 강력한 구조조정 칼바람으로 퇴사를 강요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상당수가 직원들 스스로 원하는 명퇴 신청이다. 주된 이유는 위로금 등 금융권의 명퇴 조건이 다른 업종에 비해 좋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명퇴 공고를 내면 자발적 신청자가 적지 않게 몰린다. 지난 17~22일 농협은 만 40세 이상 평직원(근속연수 10년 이상)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는 모두 391명. 지난해 330명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2007년에는 219명이 나갔는데 신청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직급별로 1·2급 184명, 3급 81명, 4급 66명으로 높은 직군에 신청자가 몰려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지원자 중 90% 이상이 퇴임을 앞둔 50대”라면서 “법정 퇴직금에 20개월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주기 때문에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들이 주로 신청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이번주까지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가 최소 300~4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명퇴 조건이 좋다. 24개월치 급여는 기본이고 연령에 따라 특별위로금으로 6개월치를 더 준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대 400명이 명퇴를 신청한다고 볼 때 신한지주는 1000억원가량 비용이 든다.”고 분석했다. 한 사람 앞에 2억원 이상이란 얘기다.
삼성화재도 다음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명예퇴직 위로금은 직급 및 근속 연수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해 1억~3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인사담당 임원은 “다른 직종에 비하면 위로금이 많아 명퇴에 대한 자발적 수요가 늘 존재한다.”면서 “단기적으로 보면 비용 부담이 있지만 (은행원의 고임금을 고려하면) 2년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준다한들 경영 측면에서 손해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9-12-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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