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우선협상자 2곳 선정] 경쟁 부추겨 몸값 높이기… 부작용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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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24 12:26
입력 2009-11-24 12:00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3일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2곳을 선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1곳만 선정하는 관례에 비춰보면 다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룹 핵심관계자는 “막판까지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가격이 결정될 때까지 그룹측이 주도권을 쥔 채 2곳의 경쟁을 유도해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단수의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도 노렸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그룹의 고위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2곳으로 정하는 것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투자자 2곳의 투자 조건을 심도 있게 비교해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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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건설신화를 만들다 워크아웃 등 우여곡절 끝에 또 다른 주인을 맞이할 운명에 놓인 대우건설의 본사 건물. 23일 서울 신문로 금호그룹 제1빌딩의 간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국내외에서 건설신화를 만들다 워크아웃 등 우여곡절 끝에 또 다른 주인을 맞이할 운명에 놓인 대우건설의 본사 건물. 23일 서울 신문로 금호그룹 제1빌딩의 간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우선협상대상자 왜 2곳인가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꼽혀온 자베즈파트너스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 국부펀드(ADIC)가 주요 투자자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올 5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일부 국내 자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RAC(TR America Consortium)는 미국계 건설회사인 티시맨 건설이 주요 투자자다. 티시맨 건설은 2008년 뉴욕지역 매출액 기준 1위 회사로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주요 건축물을 시공한 회사다. TRAC는 중동의 국부펀드도 파트너로 참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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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룹과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 측은 두 투자자의 실체나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매각대금이나 인수조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하지 않은 것이 인수조건에서 합의를 보지못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2곳 모두 매각가격을 원점에서 재협상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면서 “자베즈파트너스의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니 미국계 TRAC를 끌어들여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특히 45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국제 관례’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3조원에 이르는 매각대금을 과연 지급할 능력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가 매각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인수 중도포기 등의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단기적인 매매차익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적절한 매수자를 찾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행보증금 지급 문제도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듯’ 운영의 묘를 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원은 “국책은행인 산은이 기업 사냥꾼 같은 투자자를 배제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우건설을 잘 키워줄 매수자를 찾았어야 하는데, 과연 두 곳이 그런 곳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 ‘먹튀’ 논란 재현될까

대우건설이 외국 자본의 ‘머니게임’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건설은 2009년 수주액 13조 3346억원, 영업이익률 6.0%의 알짜 회사다. 대우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 플랜트 기술은 세계에서도 독보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술 유출.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훌륭한 맨파워, 기술력을 외국계에 노출시킨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먹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론스타 펀드가 2003년 극동건설 지분(98.12%)을 1700억원에 인수했다가, 4년 만에 웅진그룹에 6600억원에 팔아넘긴 사례가 있다. 당시 론스타는 극동빌딩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도 3~4배의 시세차익을 남겨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중동자본이 포함된 외국계로 좁혀짐에 따라 대우건설은 수월하게 중동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시공능력평가 3위(2008년 매출 6조 5777억원)의 대우건설이 업계 1위 복귀를 놓고 현대건설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09-11-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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