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국 뇌관’ 세종시 법개정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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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0-15 12:36
입력 2009-10-15 12:00
세종시 문제와 관련, 여권이 ‘원안 수정’ 방침을 굳히고 이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연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반기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4일 “위헌 시비 등 법리 논쟁의 요소를 없애고 정쟁의 가능성을 뿌리뽑기 위해 장관 고시가 아닌, 법안 개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여권은 충청권 총리를 염두에 두면서부터 ‘법안 개정을 통한 원안 수정’을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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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논현동 대한건설회관에서 14일 열린 ‘2009 세계 표준의 날’ 기념식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치사를 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서울 논현동 대한건설회관에서 14일 열린 ‘2009 세계 표준의 날’ 기념식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치사를 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여권은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정치권이 아닌 ‘정부 주도’로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마련된 친이계 ‘함께 내일로’의 조찬 모임에서 “여론이 ‘세종시 수정’ 쪽으로 가고 있고, 정부도 세종시 수정 추진을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대안을 마련한 뒤 수정 문제를 구체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장관은 정치권의 자제를 당부했다. “연말 4대강 예산 처리가 중요하다. 자칫 (세종시 문제에) 너무 불을 지피면 예산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에선 세종시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 좋겠다.”고 주문했다. ‘행정적 접근’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그동안 개정안 입법을 추진해온 차명진 의원은 “원안 수정의 공은 정부 쪽으로 넘어갔다.”면서 “더 이상 수정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국무총리실 내에 자문기구를 두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한 만큼 그런 논의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여권이 ‘법 개정’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은, 장관 고시 방식으로는 이전 부처의 축소는 가능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세종시의 기본적인 성격은 바꿀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은 ‘이전 대상 부처’가 아닌 ‘이전 비대상 부처’를 규정하고 있어 장관 고시를 통한 이전 규모의 축소는 법리적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석연 법제처장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의 규모 조정은 장관 고시 변경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새로운 개념의 도시로 전환하려면 법을 개정해야만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권은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에서 ‘행정중심’이란 단어를 빼고 대학과 대기업, 연구시설 등이 들어서는 자족도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은 앞서 미디어법 처리 때처럼 당내 친(親)박근혜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까지 ‘원안 고수’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내 의견수렴 과정이 주목된다. 또한 당내 충청권 의원과 민주당·자유선진당의 반발이 거세 법안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005년 3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은 12부4처2청(현 정부조직법상 9부2처2청)의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도록 규정했다.

이지운 주현진기자 jj@seoul.co.kr
2009-10-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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