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돋보기] 예결위 여야 전투력 ‘차이나네’
수정 2009-09-26 00:54
입력 2009-09-26 00:00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지난 24일 4대강의 보 설치 문제를 놓고 환경부 이병욱 차관과 설전을 벌인 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산심사를 위한 회의였지만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 의원은 “강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나빠진다. 울산 태화강도 보를 없애 수질이 개선됐다.”고 운을 뗐다. 이에 이 차관이 “태화강 오염이 보 때문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이 “관련 논문을 줄 테니 읽어 보라.”고 따지자 이 차관도 “한강 잠실 보를 가보라. 확인해 보면 될 것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급기야 강 의원은 “자리 지키려 권력에 아부하지 마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 차관도 “한강에 가서 보면 알 것 아니냐.”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분위기가 격화되자 같은 당 김성순 의원이 나섰다. 그는 “한강 수질이 개선된 것은 하수처리 용량을 확대하고 각종 오염원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식으로 답을 하느냐.”고 꾸짖었다. 같은 당 이용섭 의원도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고, 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다시 생각해 보라.”며 가세했다. 결국 한나라당 소속인 심재철 위원장까지 나서 이 차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의 단결력으로 이 차관을 굴복(?)시킨 셈이다.
한나라당은 분위기가 달랐다. 24일 이정현 의원은 지원사격 없이 ‘나홀로’ 싸웠다. 그는 “60년도 넘은 국회에서 장관 출석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고 인상을 붉히는 소모적 다툼이 계속된다는 게 창피하다.”며 은근히 민주당의 몽니를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말 조심하라.”며 야유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정부쪽에 (성실한 출석을) 촉구하려는 것”이라며 가까스로 소란을 정리했다. 여당 의원 누구도 이 의원을 두둔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17대 국회 때 이해찬 총리가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 당’이라고 말했을 때도 아무도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싸우는 것은 나쁘지만 필요할 때 단결해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2009-09-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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